[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본드가 사랑한 넥타이… 무더위에도 우아하게

이 무더위에도 넥타이를 매야 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런 남자 중 하나인 지인이 내게 여름에 매기 좋은 타이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는 미용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다. "환자들과 상담할 때 넥타이를 매면 매지 않았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조성된다"면서 "타이를 매면 의사 말을 훨씬 더 신뢰한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그레나딘(grenadine) 타이를 매라"고 추천해줬다.

그레나딘은 비단 실을 오돌토돌 혹은 올록볼록 입체감 있게 방직한 원단으로, 18세기 프랑스에서 레이스용으로 많이 사용했다. 그레나딘 원단으로 만든 넥타이는 얼기설기한 조직감 때문에 일반 넥타이보다 훨씬 가볍고 촉감도 바삭거려 무더운 여름에 적합하다.

니트(knit) 타이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뜨개질을 하듯 방직된 니트 타이보다는 훨씬 정장 느낌이 강하다. 넥타이를 맬 때 입체감 있게 방직하면서 확보된 빈 공간이 압축돼 매듭이 아주 작게 만들어진다. 작은 매듭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성하고 우아한 느낌의 대검(타이의 길고 두꺼운 쪽)이 그레나딘 타이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레나딘 타이를 사랑한 대표적 '오빠'로는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 숀 코너리가 있다. 그는 출연했던 007시리즈 7편 중 한 편을 제외하곤 모두 그레나딘 타이를 매고 등장한다. 우아한 신사의 표본인 제임스 본드가 사랑한 타이라면 오늘날의 멋쟁이들도 고민할 필요가 없겠다.

더워 보이는 것이 문제라면 시원한 느낌의 색상을 고르면 된다. 은색에 가까운 그레나딘 타이를 밝은 회색 양복에 매칭하는 톤온톤(tone on tone) 코디네이션을 시도해보자〈사진〉. 가벼운 색감 차이로 단정하고 청결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