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듣지 말고 보세요

어두운 방 안, '탁탁' 소리가 울려 퍼지면 방 중간에 놓인 직사각형 철 구조물에 붙어 있는 LED 조명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한다. 소리가 빨라질수록 조명이 켜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방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구조물 안에 들어 있는 모터가 철을 때리는 소리. 모터는 철을 때리는 동시에 구조물 안에 있는 조명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켠다. 관람객은 작품 사이를 걸어 다니며 소리를 듣고, 빛을 통해 소리의 파장을 눈으로 본다. 프랑스 작가 얀 오를레리의 작품이다.

 

소리를 '눈'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인 '듣기 나라의 앨리스'가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10월 23일까지 열린다. 한·불 수교 130주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관람객은 전시장을 돌아다닐 때마다 마치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전시의 주제는 '소리'. 9명의 작가는 들을 순 있지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소리를 설치와 비디오를 통해 시각화하거나 음을 상상하게 하는 무음(無音)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미셸 프랑수아의 '네온라이트를 뚫고 걸어가기'는 하얀색 형광등 수십 개를 바닥에 나열하고 중간 부분을 발로 밟거나 망치를 사용해 깨뜨려 만든 작품이다. 드니 방장은 직접 작곡한 악보를 유리판에 황금색으로 기록해 전시장 천장에 걸었다. 각 유리판에는 음악을 내는 데 사용되는 전기 변환기가 부착돼 있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으로 연주된 작가의 음악이 황금색 무늬로 채워진 유리를 통해 퍼져 나가며 전시장을 몽환적으로 만든다.

전시를 기획한 제임스 지르동 프랑스 국립음향멀티미디어창작센터 그램(Grame) 감독은 "청각은 단순히 듣는 것만이 아닌 보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소리와 시각이 예술 안에서 분리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02)379-7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