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문제다. 현재 맥주 가격은 업체들의 신고로 정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사실상 국세청 승인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싼 재료로 고품질 맥주를 만들고 싶어도, 가격변경신고서 제출 이전에 국세청에 미리 가격 인상 계획을 알리고 국세청이 기재부와 협의한 뒤 인상 여부가 결정 나기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맥주 가격을 통제하는 경우는 없다"며 사업자들이 시장 상황에 맞게 제품 가격을 정하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대형마트 같은 소매업자들이 맥주를 도매 구입 가격 이하로 파는 것이 금지돼 있는데, 이 규정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론 싸게 들여와도 소매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수입 맥주는 할인 판매 여력이 있지만, 카스·하이트 등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보다도 도매가격이 높아 할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산 맥주를 도매가 이하로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는 게 용역팀의 지적이다.
판매망도 막혀 있다. 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경우 수퍼나 편의점, 대형마트 같은 소매점에서 맥주를 팔 수 없는 데다, '종합주류도매상'을 통해서 유통하게 정해놓아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주로 대형 업체들의 유통을 담당하는 종합주류도매상은 냉장차량을 갖추고 있지 않은데, 비(非)살균 크래프트 맥주를 주로 만드는 소규모 업체들로선 냉장 유통망이 필요해서다.
◇핵심은 세금개편… 기재부·국세청 난색
공정위와 용역팀이 제안하는 핵심 과제는 세금 부과 방식 변화다. 현재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72%의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부과 방식을 알코올 도수 함량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세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대부분 국가에선 독주 소비를 제한하기 위해 도수가 높을수록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있다. 용역팀 관계자는 "중소 업체들은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출고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어 종가세가 불리하고, 대형 업체들에도 프리미엄 맥주 출시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외국처럼 장기적으로 종량세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술 세금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종량세로 변경하면 맥주보다 알코올 함량이 높은 '국민 술'인 소주에 붙는 세금이 높아지는 데다, 술 소비 변화에 따라 걷히는 세금이 들쭉날쭉해져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매업자들에게 도매가격 이하의 할인 판매를 허용해주는 것도 원칙상 반대다. 할인 판매에 나설 수 있는 건 사실상 구매력이 있는 대형마트뿐이라, 동네 상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주류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난 역시 걱정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