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현실, 예술에 미래를 묻다
입력 : 2016.09.02 03:00
[光州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국내 대표 비엔날레 나란히 개막]
광주 - 사색할 수 있는 전시 표방… 상업성 집착하는 미술계 꼬집어
서울 - 가상현실 등 최신기술 활용… 61팀, 영상 작품에 미래 담아내
재난과 테러,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일상이 됐다. 첨단의 유통기한은 갈수록 짧아지고, 기술의 범람에 가상과 현실은 뒤죽박죽됐다. 현실이 복잡할수록 현실에서 멀어지려는 원심력은 커지는 법. 9월의 시작과 함께 막을 올린 국내 대표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와 '미디어시티 서울'은 약속이나 한 듯 '미래'를 향했다.
◇광주, 미래·본질을 향하다
◇광주, 미래·본질을 향하다
#1. "미지의 과거와 다가오는 미래의 느린 흐름, 시간여행자―시간여행자―미―미래." 작은 영상 속 여우가 기계음으로 버벅대며 자신이 한 미래 여행을 말한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풋!' 하지만, 동물과 인간의 입장이 전도돼 동물이 인간의 언어로 미래를 알려주는 상황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섬뜩해진다.(노르웨이 작가 안 리슬리가드의 '타임머신')
#2. 각이 진 벤치('인체공학의 미래')에 관람객들이 털썩 주저앉는다. 겉으로 봐선 특이한 게 없지만 미국 작가 타일러 코번이 미래학자와 인류학자를 만나 미래 인간의 몸 구조를 예측해 만든 작품이다.
전시실 구석에 있는 이 작은 작품들을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은 주요 작품으로 꼽았다. 스타 작가의 대형 작품을 대표작으로 내세우는 여느 비엔날레와는 확실히 다른 빛깔이다.
1일 개막한 제11회 광주비엔날레는 최근 '상업성' '규모'에 집착하는 미술계를 꼬집고 "예술의 본질로 돌아가 미래를 내다보자"고 외친다. 제목인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는 고대 그리스 학자들이 찾아낸 일곱 개 물리적 기후대 너머 있는 '상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상상력을 담아 예술이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비엔날레 하면 '대규모'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지만 37개국 101개 작가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좀 다르다. 어지러운 현실을 떠나 '사색할 수 있는 전시'를 표방했다. 천장에 매달린 대형 작품은 거의 없고 눈동자 한 바퀴 굴리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아담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만화경처럼 소소하나 다양한 삶의 측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산책하듯 작품 사이를 거닐 수 있게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고 전시실을 통째로 썼다. 일반적으로 '블랙박스'라 불리는 검은 방으로 잘게 나눠 전시하는 영상 전시관도 거대한 하나의 암실로 만든 뒤 비디오 작품 20여점을 한 공간에 설치했다. 올해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 홀 작가로 선정된 필립 파레노와 차재민, 플로 카세아루의 영상이 이웃해 있다. "다른 관객과 스치며 영상 작품에선 종종 잊게 되는 사람 사이의 물리적 대화를 느껴보라"는 것이다. 도라 가르시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주요 거점이었던 녹두서점을 재현한 설치물 등 곳곳에 유명 작가의 작품이 흩어져 있다. 11월 6일까지.
◇미디어, 미래를 경고하다
원전 사고 이후 유령도시가 된 일본 후쿠시마. 버려진 집에서 흰 가면 쓴 여인이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여인의 팔다리가 클로즈업되는 순간, '헉' 비명이 터져 나온다. 여인이 아니라 사람 가면을 쓴 원숭이다. 이 충격적인 작품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가 인류의 파멸을 경고하기 위해 만든 영상 작품 '인간 가면'이다. 1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6'은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2. 각이 진 벤치('인체공학의 미래')에 관람객들이 털썩 주저앉는다. 겉으로 봐선 특이한 게 없지만 미국 작가 타일러 코번이 미래학자와 인류학자를 만나 미래 인간의 몸 구조를 예측해 만든 작품이다.
전시실 구석에 있는 이 작은 작품들을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은 주요 작품으로 꼽았다. 스타 작가의 대형 작품을 대표작으로 내세우는 여느 비엔날레와는 확실히 다른 빛깔이다.
1일 개막한 제11회 광주비엔날레는 최근 '상업성' '규모'에 집착하는 미술계를 꼬집고 "예술의 본질로 돌아가 미래를 내다보자"고 외친다. 제목인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는 고대 그리스 학자들이 찾아낸 일곱 개 물리적 기후대 너머 있는 '상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상상력을 담아 예술이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비엔날레 하면 '대규모'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지만 37개국 101개 작가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좀 다르다. 어지러운 현실을 떠나 '사색할 수 있는 전시'를 표방했다. 천장에 매달린 대형 작품은 거의 없고 눈동자 한 바퀴 굴리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아담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만화경처럼 소소하나 다양한 삶의 측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산책하듯 작품 사이를 거닐 수 있게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고 전시실을 통째로 썼다. 일반적으로 '블랙박스'라 불리는 검은 방으로 잘게 나눠 전시하는 영상 전시관도 거대한 하나의 암실로 만든 뒤 비디오 작품 20여점을 한 공간에 설치했다. 올해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 홀 작가로 선정된 필립 파레노와 차재민, 플로 카세아루의 영상이 이웃해 있다. "다른 관객과 스치며 영상 작품에선 종종 잊게 되는 사람 사이의 물리적 대화를 느껴보라"는 것이다. 도라 가르시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주요 거점이었던 녹두서점을 재현한 설치물 등 곳곳에 유명 작가의 작품이 흩어져 있다. 11월 6일까지.
◇미디어, 미래를 경고하다
원전 사고 이후 유령도시가 된 일본 후쿠시마. 버려진 집에서 흰 가면 쓴 여인이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여인의 팔다리가 클로즈업되는 순간, '헉' 비명이 터져 나온다. 여인이 아니라 사람 가면을 쓴 원숭이다. 이 충격적인 작품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가 인류의 파멸을 경고하기 위해 만든 영상 작품 '인간 가면'이다. 1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6'은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미디어시티 서울'은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서울시가 첨단 정보 도시를 강조하기 위해 '미디어 아트'를 특화해 만든 격년제 미술 행사. 16년간 기술도, 생각도 바뀌었다. 백지숙 예술감독은 "첨단 기술의 향연을 보여주기보다는 미디어가 어떻게 우리 감각을 변형시키고 관계 맺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예술이 편집한 미래'를 내세운 올 전시엔 24개국 61팀이 참여했다.
'디지털 세대' 작가들이 최신 기술을 사용해 담은 미래가 흥미롭다. 드론을 활용한 태국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론차이, VR(가상현실)을 접목한 한국 작가 김희천, 파트타임스위트 작품은 꼭 보길 권한다.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20억 광년의 고독'에 나오는 화성인의 말에서 따왔다"는 모호한 비엔날레 전시 제목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만 머릿속에서 지운다면 훌륭한 작품을 만날 기회다. 11월 20일까지.
'디지털 세대' 작가들이 최신 기술을 사용해 담은 미래가 흥미롭다. 드론을 활용한 태국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론차이, VR(가상현실)을 접목한 한국 작가 김희천, 파트타임스위트 작품은 꼭 보길 권한다.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20억 광년의 고독'에 나오는 화성인의 말에서 따왔다"는 모호한 비엔날레 전시 제목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만 머릿속에서 지운다면 훌륭한 작품을 만날 기회다. 11월 2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