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시위 가중처벌

앞으로 불법 시위를 목적으로 복면(覆面)이나 두건 등으로 신체의 일부를 가리면 지금보다 엄하게 형사 처벌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진강)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불법시위 등을 처벌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양형(量刑)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의결했다. 법무부와 대한변협 등 관계 기관 의견조회를 거쳐 수정안은 최종 확정된다.

양형위는 불법 시위·집회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신원 확인을 피하기 위해 신체의 일부를 가리는 행위를 '계획적 범죄'로 보고 형을 선고할 때 가중처벌 요소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법원은 불법시위에서 복면이나 두건을 써 신분을 감추더라도 형량을 결정하는 고려 대상으로 삼지 않아왔다. 이에 따라 단순 불법 시위자의 경우 기본 형량인 징역 6개월~1년 6개월 사이에서 형(刑)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번 양형 기준 변경으로 불법시위를 벌일 목적으로 나선 시위자들이 마스크를 쓰는 경우를 가중 처벌 요소로 넣어 징역 6개월보다는 징역 1년 6개월에 가까운 쪽으로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불법시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경우에는 가중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마스크를 쓴 채 시위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불법시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가중 처벌하지 않고, 처음부터 불법시위를 할 목적으로 마스크를 쓴 경우에는 가중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등이 시위 중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지난 5월 말로 19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한편 양형위는 이날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기본 양형 기준의 상한선을 징역 1년 4개월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강화했다. 또 쇠파이프 등으로 폭력 시위를 벌여 공무원을 다치게 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에 대해 선고할 수 있는 최대 징역형도 6년에서 7년으로 높였다.

양형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한 보복 목적이나 원한·증오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 ▲공무원을 괴롭히기 위한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 ▲별다른 이유가 없는 무차별적 공무집행방해 범행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무겁게 형을 선고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