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겪은 유럽을 미술로 위로"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며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 속에서 기쁨과 평화를 찾으면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지요."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도미니크수도회(修道會)에서 만난 김인중(76) 신부는 자신의 주요 작품을 영구 전시하는 갤러리 개관 준비로 바빴다. 6일 벨기에 브뤼셀 쿠켈베르크 바실리카(대성당)에 40여 년에 걸친 김 신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생긴다. 대성당을 방문하는 신도와 일반 관광객 모두가 언제든 감상할 수 있는 영구 전시장이다. 김 신부는 "요즘 테러 등으로 괴로움을 겪은 벨기에 사람들을 예술로 위로할 기회가 생겼다"며 아이처럼 웃었다.

신부이자 화가인 그는 국내보다 유럽 화단에 더 잘 알려져 있다. 1966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했고 스위스 유학 도중 사제가 됐다. 1975년부터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스테인드글라스, 회화, 도자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특히 서양의 추상화와 동양의 선화(禪畫)를 접목한 듯한 독특한 스타일의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은 유럽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종교와 색의 신비가 어우러진 빛의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빛의 사제' '스테인드글라스의 왕'이라 불린다.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벨기에·스위스를 비롯해 유럽 10여 개 성당에 김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등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쿠켈베르크 바실리카와의 인연은 작년에 시작됐다.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열린 김 신부 전시회를 찾은 벨기에 종교계 인사들이 "우리 대성당에서도 전시회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썰렁하고 어두운 갤러리 모습을 본 김 신부는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제안했고 여러 차례 논의가 오간 끝에 아예 영구 전시회장을 만들기로 했다.

김 신부는 현재 프랑스 앙베르시(市) 중심에 있는 새 건물로 이사해 6년째 비어 있는 법원 건물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다. 그가 "시민들이 마음껏 그림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은데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고 요청하자 시 측이 "법원 전체를 아예 신부님 미술관으로 바꾸자"며 발벗고 나섰다. 김 신부는 "경쟁과 갈등으로 지친 사람들이 쉬었다 갈 수 있게끔 마음에 위안을 주는 작품들로 채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