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앱으로 온실 제어… '스마트팜' 눈앞에

"수확까지 남은 기간은 12일입니다. 스프링클러를 하루 두 번씩 3일간 작동시키면 지금 예상보다 생산이 3.2% 늘어납니다. 작동시킬까요?"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 1층 '미래농업전시관'. 컴퓨터의 음성 안내와 함께 전시관에 놓인 디스플레이에서 각종 정보가 쏟아져나왔다. 표시되는 정보들은 현재 경작 중인 농작물 상태에서부터 최근 며칠 간의 수확량, 판매 현황, 가격 변화, 기상 예보까지 다양했다. "예상보다 성장이 빨라 수확이 필요하다"는 안내에 따라 진행 버튼을 누르자 모터로 작동하는 자동 수확 기계가 실제로 이동해 상추와 딸기를 바구니에 담았다. 창조농업지원센터 이기복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스마트팜과 실내에서 작물을 키우는 미래형 식물 공장을 모형으로 구현했다"며 "농민들이 미래 농업을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미래농업전시관 바로 옆에는 유리 온실과 축사에 대한 원격 제어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었다. 축사 모형 앞에 놓인 태블릿의 '환기 팬 제어' 버튼을 누르자 축사 모형 곳곳의 환기 팬이 돌아갔다. 태블릿의 원격 제어 앱에는 '보온등' '먹이통' '안개 분무' '음수관리기' 등의 버튼이 빼곡했다. 축사 내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정보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첨단 미래 농업의 교두보

이곳은 농협중앙회가 '농업을 6차 산업으로 육성하는 교두보로 삼겠다'며 최근 만든 곳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올해 3월 취임하면서 설립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7월 20일 문을 열었다. 3층 2229㎡(674평) 규모로 첨단 농업 기술을 주제로 한 전시관 외에 강의실, 상담실, 아이디어 경연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이날 1층 '창조교육장'에선 채상헌 연암대 교수가 '6차 산업의 유형별 성공 요인 분석과 사업 기획 능력 향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채 교수가 "충남 예산 사과는 사과 축제와 연계해 수확과 가공 체험을 통해 직거래망을 확대했다"고 설명하자 수강자 35명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들은 센터에 입소해 1박 2일 동안 '6차 산업 역량 강화' 과정을 듣는 이들이다. 수강자 유재신(57)씨는 "경기도 고양에서 멜론, 참외, 수박 등을 키우고 있는데, 그냥 파는 것보다는 주스 등으로 가공해서 파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센터 교육이 도움될 것 같아 짬을 냈다"고 말했다.

2층 상담실에선 창업과 판로 개척, 금융 등 각종 분야의 상담이 한창이었다. 안성에서 아로니아 재배 농장을 하는 최종헌(59)씨는 "아로니아로 만든 가공품 수와 양을 늘리고, 아로니아를 재워서 만들고 있는 '당절임'에 대해선 특허를 받고 싶어" 상담장을 찾았다고 했다. 최씨와 상담한 양길모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책임연구원은 "생산량을 늘리려면 농촌진흥청이나 민간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특허 출원은 재단 변리사가 도와줄 수 있고 출원비도 재단에서 50%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농민을 6차 산업 전사로 키우자"

농협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벤처 농업이나 농업 관련 6차 산업에 종사하는 농민이 5만3000명에 이른다. 이 센터는 이런 농민들을 대상으로 창업 활동을 돕는다. 농협이 가지고 있는 금융 점포, 유통 사업장, 가공 공장, 홈쇼핑, 온라인 마켓 등과 연계해 사업 모델 구축, 판로 개척 등 기업 활동을 도와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센터는 농촌진흥청,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산림청,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 농업 관련 18개 기관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한경대학교와도 농산물 포장 디자인 관련 제휴를 맺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를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는 선봉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6차 산업

1차 산업인 농업에 제조·가공업인 2차 산업과 서비스업인 3차 산업이 어우러진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농산물을 키우고(1차 산업), 이를 가공 판매하고(2차 산업), 이 과정을 관광 상품화(3차 산업)하는 식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전 장관이 만든 개념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