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올림픽이 평화통일 촉진제 되었으면"

리우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5일 저녁(현지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호텔 1층 식당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흘러나왔다. 해외 동포 선교사들과 브라질 교민 등 30여 명이 이번 리우패럴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한 만찬 자리였다. 뷔페 음식 중에는 교민들이 준비한 떡과 잡채도 있었다.

북한은 2012년 런던패럴림픽에 처음 수영 선수 한 명(림주성)을 보낸 데 이어 리우패럴림픽엔 육상 선수 2명(송금정·김철웅)을 파견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당시 미녀 탁구 선수로 알려진 송금정(28)은 이번에 원반던지기로 종목을 바꿨다. 수영 선수였던 김철웅(38)은 육상 장거리에 출전할 예정이다.

김문철(48) 조선장애자보호련맹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선수단 17명은 지난 4일 아침 중국 베이징과 프랑스 파리를 거쳐 리우에 들어왔다. 선수 2명과 일부 임원은 선수촌에, 김 위원장 등은 4성급인 이 호텔에 묵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과 다음 날 열리는 입촌식 준비로 만찬장에 나오지 않았다.

김 단장은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때도 단장으로 한국에 왔다. 환영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방문했던 지난달 올림픽과 달리 한국 언론사들도 자유롭게 촬영과 취재가 허용됐다.

김문철 단장도 한국 기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33시간이나 걸려서 왔더니 시차 때문에 피곤하다"면서도 "힘들어도 와야 장애인 체육이 발전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그동안 북남 관계가 마치 '잃어버린 10년' 같았다"며 "앞으로 구름이 걷히도록 잘 가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단장은 환영 만찬 답사에서 "패럴림픽이 평화와 화해의 디딤돌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선교사들의 바이올린, 플루트 연주가 이어지며 훈훈해진 만찬장 분위기는 북한 선수단의 통역을 맡는 변영금(38) 위원이 아리랑을 부르며 달아올랐다.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외쳤고 북한 장애인 체육을 지원하고 있는 재미 교포 신영순(70) 국제푸른나무 공동대표도 나와 변 위원과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 등을 불렀다.

영어와 중국어 실력이 뛰어난 변영금 위원은 런던패럴림픽과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때도 선수단과 함께 나왔다고 했다. 신영순 대표는 "어려운 때지만 적어도 통일의 길 중 하나는 막히지 않아야 한다"며 "정치성을 띠지 않는 장애인 체육이 평화통일의 촉진제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교민 등은 브라질 커피와 초콜릿 등을 선물했고 북측은 '조선 평양'이라는 글자가 적힌 비단 바늘꽂이를 답례품으로 건넸다. 북한의 패럴림픽 참가에 도움을 준 선교사들에겐 '북남의 대치 정국에도 북한 장애인의 리우 참가를 위해 헌신한 공로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감사패를 전달했다. 한 브라질 주민은 북측에 브라질 축구 대표팀 티셔츠를 선물하며 "평양에서도 축구 경기를 열자"고 해 환호가 터졌다.

오후 7시 20분쯤 시작한 환영 만찬은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선수단과 교민, 브라질 주민들은 헤어지기 전에 사진을 찍으며 정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