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쌩쌩 달리는 친환경차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작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국가별 비중은 중국이 34.4%, 미국 20.9%에 달하지만 한국은 0.14%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시장은 친환경차 무풍지대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친환경차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올 들어 8월까지 친환경차 판매가 이미 작년 한 해의 기록 뛰어넘었다. 또 오는 11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진출, 국내에서도 친환경차 바람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점점 커지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한국GM 등 완성차 업체가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는 3만4808대로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판매한 전체 친환경차보다 10% 많다.

가장 많이 판매된 친환경차는 기아차의 니로다. 소형 하이브리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니로는 올 3월 말 출시된 이후 지난달까지 1만1743대가 팔렸다. 현대차의 친환경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도 올 들어 8월까지 전기차 모델 975대를 포함해 총 7922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연간 1만대 판매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친환경차의 해외 수출도 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친환경차 수출은 현대차 1만4470대, 기아차 1만5968대로 총 3만438대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한 것이다. 특히 7월부터 유럽 시장에 아이오닉과 니로를 본격 출시하면서 친환경차 수출이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연내 미국 시장에도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기아차의 K5 하이브리드와 PHEV를 출시할 계획이다.

◇"테슬라發 하반기 친환경차 바람은 더 거세질 듯"

오는 11월 테슬라가 국내에 상륙하면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한글로 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전기차 세단 '모델 S'와 전기차 SUV '모델 X' 등의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하반기에 새로운 친환경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기아차는 K7 하이브리드를 연내에 출시한다.

정부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주유소, 카페, 숙박업소 등 개인 영업 시설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면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해주기로 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7일 제주시 용담동 삼화석유 행복날개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활용한 새로운 에너지 신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예산 40억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예산이 모두 투입된다면 내년에는 전기차 충전기 200기가 전국 곳곳의 개인 영업장에 새로 들어서게 된다. 또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국에 공공 급속 충전기를 1100대 이상 확보하기로 했다.

해외 자동차업체는 혁신적 친환경차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오는 10월 파리모터쇼에서 15분 충전으로 48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공개하고,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SUV 전기차를 공개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벤츠가 속해 있는 다임러그룹은 2024년까지 최소한 9종류의 전기차를 출시해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BMW·아우디와 경쟁해 전기차 시장 강자로 올라선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전기차 경쟁력은 테슬라에 비해 2년 이상 뒤처져 있다"며 "여전히 느림보 수준인 만큼 친환경차에 대한 투자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자동차

기존 휘발유·디젤자동차에 비해 오염 물질 배출 등이 적은 자동차를 일컫는 말. 보통 ‘전기차’와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장착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이 꼽힌다. PHEV는 전기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 전기로 주행하다가 전기가 모두 소모되면 가솔린엔진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