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별 그리고 책 한권… 올가을엔 '북 캠핑'

경기 오산시 세교동의 꿈두레 도서관 뒤뜰 산자락엔 커다란 원통 4개가 나란히 누워 있는 이색 공간이 있다.

이 도서관이 2014년 4월 개관과 동시에 전국 최초로 만들어 운영 중인 '독서 캠핑장'이다. 파랑, 노랑, 연두, 분홍색 캠핑하우스엔 각각 채송화, 금낭화, 능소화, 수선화라는 꽃 이름이 붙어 있다. 단칸방(15㎡) 형태의 캠핑하우스엔 보온장판·에어컨으로 냉난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절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캠핑하우스 바깥에는 텐트를 설치하거나 평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목제 데크와 공용 개수대, 냉장고도 갖추고 있다.

지난 2일 밤 8시쯤 수선화동에는 김태헌(42)·이인혜(36)씨 부부와 김경민(11)·나연(10) 남매가 머무르고 있었다. 김씨 가족은 침낭, 버너와 냄비, 간식을 가져왔다. 초등학교 5학년인 경민군은 도서관에서 빌린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김씨는 "날씨도 선선해 주말 나들이를 겸해 간단히 준비해서 왔다"며 "평소엔 이곳에 텐트 치고 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서캠핑장에선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밤을 보내며 정을 나눌 수 있다. 방안에서 천장에 뚫린 둥근 유리창으로 하늘과 별을 보고, 야외에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즐긴다. 초·중학생을 동반한 가족이 금·토요일에 1박씩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따로 없지만 퇴소할 때 독서 소감문을 내야 한다. 매월 1일 다음 달분 예약을 선착순으로 접수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그동안 약 3000명이 캠핑장을 이용했다.

개관한 지 2년 5개월쯤 된 꿈두레 도서관은 미술관, 박물관, 콘서트장, 영화관, 카페, 식물원, 공원, 캠핑장, 놀이터, 마을회관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주민 평균 연령이 약 35세인 '젊은 도시' 오산의 신세대 부모들이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게 하자는 곽상욱 시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도서관 주변엔 잘 조성된 산책로가 있고 체육공원도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도서관 측으로부터 분양을 받아 각종 채소나 꽃을 가꾸는 텃밭(약 330㎡)은 자연학습장 역할을 한다.

하늘에서 보면 책을 펼쳐놓은 듯한 도서관에 들어서면 사방이 모두 대형 유리창 벽면이어서 어디에서든 숲과 하늘을 볼 수 있다. 특히 1층 전체에 있는 입구(口)자 모양의 중정(中庭)이 눈길을 끈다. 벽면 양쪽에는 시민들이 기증한 책 1만3000여 권이 높이 11m에 이르는 서가에 가득 꽂혀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얘기를 나누거나 차를 마실 수 있다. 작은 전시공간도 갖추고 있고, 독서클럽이나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어린이 자료실, 유아열람실, 어린이강좌실, 문화강좌실, 카페테리아, 디지털 자료실, 종합자료실, 스터디홀 등도 빠짐없이 갖췄다.

꿈두레 도서관은 도서관 내부에서도 캠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달 두 번씩 금요일에 1박 2일 독서캠프가 열린다. 지난 2일에는 '친구와 함께 1박 2일 독서캠프'가 열려 초등학교 4~6학년 2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어린이자료실 책장 사이에 2인용 텐트를 치고 친구와 함께 하룻밤을 보냈다. 서먹서먹하던 어린이들은 게임을 즐기며 서로 어울렸고 그룹별로 책도 읽었다. 그동안 약 1000여 명이 참가했다. 부모와 함께하는 독서 캠프도 있다.

이 밖에도 지역 주민을 위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주말마다 각종 공연이나 강연이 펼쳐진다. 지하의 다목적홀, 야외공연장과 1층의 중앙홀, 옥상 정원도 무대가 된다. 다목적홀과 계단식 야외공연장은 칸막이만 제거하면 공간을 틀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북 콘서트, 마을 음악회, 시낭송회, 시민탐방학교, 인문학 특강, 청소년 문화예술학교 등도 선보이고 있다. 김주성 팀장은 "도서관 운영 철학을 지역사회의 수요에 맞춰 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