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망치는 ‘운동 집착’

최근 내원한 남자 환자가 있다. 복부 지방흡입 시술을 하고 싶다고 온 그는 키와 몸무게로 비만도를 계산하는 bmi 지수는 정상이었다. 약간 배가 나왔지만, 얼굴은 핼쑥하니 매우 피곤해 보였다. 체중 관리 방법을 물으니 조심스레 대답했다.

“밥은 하루에 한 끼 정도 먹고, 운동은 매일 2시간씩 해요.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하고 있어요.”

왜 피곤해 보였는지 그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자꾸 배가 나오는 게 싫어서 운동에 집착한다고 고백했다.

사실, 운동만으로 원하는 몸매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도 훨씬 어렵다.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하는 등의 혹독한 식단뿐 아니라 하루에 3~4시간씩 체계적이면서 강도 높은 운동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보통사람들의 경우 3~4층 높이의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숨을 헐떡이고, 근력운동을 위한 자세를 10초 이상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3개월 만에 운동만으로 식스팩을 소유할 수 있을까.

운동은 적당히 하면 노화를 방지하지만, 과도하게 하면 세포의 재생을 막아 오히려 체내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의 세포막과 염색체, 단백질을 손상시켜 노화를 유발하거나 촉진한다. 즉, 무리한 운동은 피부를 늙게 만들고, 심할 경우 동맥경화나 심장질환 등을 일으킨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하지정맥류 등의 질환 또한 활성산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개중에서도 여성들은 과도한 운동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최근 2~30대 젊은 여성 중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또한 무리한 운동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칼로리 소비량이 많아 다이어트에 좋다는 입소문으로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무릎 등 관절 부위가 손상되는 확률이 높아졌다. 또한, 런닝머신 위에서는 본인 체중의 3~4배의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관절 손상의 위험이 증가한다.

물론, 운동으로도 원하는 체형을 디자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시간과 노력, 비용을 쏟아야 하는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허벅지, 복부, 팔 같은 특정 부위는 운동으로 쉽사리 빠지지 않아 운동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무엇보다 자칫 의욕이 앞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건강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생긴다. 특정 부위에 체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도드라져 보이는 이라면, 지방세포를 제거하는 지방흡입 시술이나 미니지방흡입, 혹은 지방흡입 수술을 통해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시술과 수술 후 체계적인 식단과 운동이 병행되어야 장기적인 몸의 변화를 유지할 수 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정은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