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균은 어떻게 거제 앞바다까지 왔을까

경남 거제에서 최근 콜레라 환자가 산발적으로 나온 것은 거제 앞바다 일부 해역이 콜레라균에 오염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바닷물에 왜 콜레라균이 섞여 들어갔는지는 아직 미스터리 상태다. 바닷물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어디서 유입됐는지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깜깜이 보건 정책'이 되풀이돼 국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거제시 대계항 인근 바닷물에서 검출된 콜레라균을 분석해보니 앞서 거제 지역에서 발생한 콜레라 환자 3명의 콜레라균 유전자 지문과 매우 유사(97.8%)한 것으로 나왔다"며 "바닷물에 의한 콜레라 감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11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외 선박의 평형수(배 중심을 잡기 위해 바닥에 채우는 바닷물)나 난류(暖流)에 의해 해외에서 콜레라균이 유입됐을 가능성 ▲거제 지역의 부실한 하수처리 시설 등 국내 요인에 따라 콜레라균이 퍼졌을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해외 선박 평형수가 옮겼나

전문가들은 콜레라균 유입 경로로 우선 '선박 평형수'를 꼽는다. 박성현 목포해양대 교수는 "대형 선박은 물에 안정적으로 떠 있기 위해 바닥에 선박 평형수라는 바닷물을 채워 균형을 맞췄다가 짐을 실어 배가 무거워지면 평형수를 빼낸다"며 "이때 콜레라균에 오염된 바닷물이 거제 앞바다에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선박의 평형수가 콜레라균 유입의 주범이라면 대형 선박이 더 많이 오가는 부산항 등에 먼저 문제가 생겼어야지 왜 하필 거제 앞바다에서만 콜레라균이 검출됐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일각에선 콜레라균에 감염된 선원의 배설물이 해역을 오염시켰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박광열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은 "선박의 생활 오수 등은 항만 업자를 통해 처리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콜레라균 오염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동남아를 거쳐온 난류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근화 제주의대 교수는 "2011년 국내 해역 조사에서도 비(非)독성 콜레라균이 나온 적이 있다"며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발(發) 원인으로는 거제도 일부 지역의 생활하수처리 시설이 완벽하지 못해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콜레라 환자의 분변이 하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제시 측은 다만 "거제도엔 공공 하수처리 시설·합동 정화 시설이 완비돼 있어 콜레라 환자 분변이 정화 없이 곧장 바다로 흘러나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인 못 찾는 콜레라 되풀이

문제는 인근 해역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그간 근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채 지나쳐왔다는 점이다. 2001년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콜레라 유행(확진 환자 142명)이 있었을 당시 통영 인근 바다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됐고, 2005년엔 인천 앞바다에 콜레라균이 검출됐다. 하지만 검역 당국은 그때마다 이 콜레라균이 어떻게 우리나라 해역에 흘러왔는지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001년 집단 발병 이후) 평형수 검사도 했지만 입항했던 모든 배를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콜레라균 확산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이번에 콜레라균 해수 유입의 근본 원인에 대한 연구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으면 콜레라 환자 대규모 발병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