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7 쓰지 말라" 美의 잇단 발표에 긴급처방

삼성전자가 스스로 전 세계에 '갤럭시노트7 사용 중단'을 권고하게 된 것은 제품 폭발 문제가 한층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 하락 역시 불가피해졌다. 이달 2일 삼성전자가 '전량(全量) 새 제품 교환'을 발표할 때만 해도 진정될 조짐이 보였다가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이다.

◇어쩌다 '스스로 사용 중단 발표'까지 왔나

삼성이 조(兆) 단위 손실을 감수한 리콜을 결정했을 때, 시장에서는 '리콜 여파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속한 원인 규명과 사과, 과감한 리콜 발표로 전 세계 소비자의 반발이 빠르게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으면 삼성의 피해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새 제품 교환을 위한 2주간의 준비 시간 동안 문제가 불거졌다. 리콜 발표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 호주 등 출시 10국에서 잇따라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해외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리콜 발표 전인 9월 1일까지 삼성에 접수된 폭발 건수는 35건이었지만 이후 10여 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다소 진정됐던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리콜의 후속 조치로 각국 항공(航空) 안전 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지난 8일(현지 시각) '갤럭시노트7의 기내 사용과 충전 금지'를 발표했고, 유럽·캐나다·일본·인도 등 다른 나라 정부도 잇따라 같은 조치를 내놨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 싱가포르항공, 호주 콴타스항공, 에미리트항공 등 민간 항공사들도 갤럭시노트7을 수하물로 부치는 것까지 금지하며 사실상 '폭발 위험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기관인 소비자안전위원회(CPSC)까지 나서 일상생활에서도 '갤럭시노트7 사용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권고한 것은 '불붙은 데 기름 부은 격'이 됐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가 갤럭시노트7에 치명상을 안긴 셈이다.

삼성전자가 새 제품 교환 전까지 서비스센터를 통해 안전 점검을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이 이에 잘 응하지 않은 것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됐다. 국내 40만 구매자 중 실제로 센터를 찾아 점검받은 사람은 현재 전체의 10% 수준에 그쳤다. 삼성이 초기에 불량률이 '100만대 중 24대(0.0024%)'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 소비자들이 점검을 미루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있다. 해당 수치는 리콜 발표 당시까지 접수된 불량 제품 수였는데도, 마치 불량 제품 전체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 결과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미국, 自國 산업 보호를 위해 삼성 견제" 시각도

삼성이 사상 초유의 제품 사용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품질의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노트7은 리콜이 끝난 이후에도 고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경쟁 업체들이 노트7의 리콜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부기관이 앞장서 노트7의 '사용 중단'을 권고한 데 대해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태의 빌미는 삼성전자가 제공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결과적으로 애플 등 자국(自國)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미국 델 컴퓨터에 탑재한 소니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미국 기업과 정부가 합세해 약 960만대 규모의 리콜을 성사시켰다. 이후 소니의 배터리 사업은 완전히 몰락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이병태 교수는 "세계 각국의 정부가 규제를 활용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늘 존재하는 상수(常數)"라면서 "하루빨리 문제없는 제품을 내놓고 다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외에는 삼성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