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더 늘려가는 대형 서점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SF) 하남' 3층의 영풍문고. 입구 계산대에는 20m 넘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영풍이 올해 네 번째로 문을 연 서점으로 생활 밀착형 인테리어를 앞세워 고급 소파와 독서용 테이블 등을 갖췄다. 4m 넘는 대형 책장에 걸쳐둔 철제 사다리는 도서관에 온 느낌을 들게 했다. 이 서점은 지난 9일 종각의 본점을 3200평 규모로 넓혀 재개장하는 등 최근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옛 서울문고) 등 국내 대형 서점들의 매장 확대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교보문고는 작년 10월 전주점을 오픈한 이후, 올해 3월 서울 동대문과 울산, 4월 인천 송도·부산 해운대, 5월 일산, 7월 대전 등 올해 상반기에만 서점 6개를 추가로 오픈했다. 영풍은 4월 남포동, 5월 전주, 8월 죽전, 9월 하남에 이어 10월에 대구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두 서점 모두 전체 매장 숫자의 20%가량을 올해 오픈한 셈이다. 인터넷 서점도 매장 오픈 대열에 뛰어들었다. 인터파크는 오는 21일 이기형 회장의 카오스재단이 운영하는 과학 도서 전문 서점 '북파크'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 오픈한다. 2·3층 600평 규모로 서점·강연장·전시장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유행처럼 작은 동네 서점들이 많아진 데 이어, 대형 서점들이 매장을 늘려가는 것은 도서정가제로 서점들의 이익률이 좋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의 지난 5월 자료에 따르면, 서점의 할인율을 10%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로 인해 서점의 수익률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인터넷 서점의 영업이익은 최대 14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책값에서 할인해주던 부분이 고스란히 마진으로 바뀌면서 책을 팔 때 얻는 이익의 폭이 훨씬 늘어난 것이다. 한 대형 서점 관계자는 "도서정가제로 수익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의 필요성이 커진 것은 맞지만, 올해 전국적으로 쇼핑몰 개장이 많아 서점도 덩달아 늘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교보문고가 있던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올 3월부터 반디앤루니스가 들어가는 등 대형 쇼핑몰 입점을 둘러싼 경쟁은 실제로 매우 치열하다. 반디앤루니스는 잠실 롯데월드몰, 신세계 강남, 롯데 스타시티점 등 쇼핑몰 중심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바로드림센터'로 불리는 500평대 이하 서점을 중심으로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영풍문고는 '서점다운 서점'을 모토로 내걸고 종각 본점 지하 2층의 식음료 매장을 대폭 줄이고 책 전시 공간을 늘렸다. 최영일 영풍문고 대표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서점의 본질은 책"이라며 "전국 최대 규모의 장서 수를 갖추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서점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외형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덩치만 믿고 베스트셀러 중심 마케팅을 펼친다거나 출판사 돈을 받고 좋은 곳에 책을 전시하는 '매대 판매' 같은 나쁜 관행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