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투자 키워드 '적립식·신흥국·배당주'

저금리가 장기화돼 투자로 큰돈 벌기가 어려워지면서 지수 따라 수익률이 움직이는 ETF(상장지수펀드)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대박'을 노리기보단 지수 움직임 정도로 수익률이 오르내리는 ETF에 투자해 은행 이자보다 조금 더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ETF 순자산은 최근 약 24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하지만 ETF에 대한 인기로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어떤 ETF를 선택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에서 ETF를 담당하는 '대표 선수'들은 어떤 ETF에 투자할까. 실제 물었더니 적립식·신흥국·배당주라는 3가지 키워드가 공통으로 등장했다.

◇코스피 움직임 보며 "적립식으로"

한국 ETF계의 '큰 형님'으로 불리는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전무는 미국 바이오와 한국 배당성장주 ETF에 투자한다고 했다. 두 ETF 모두 매월 일정한 금액을 적립식으로 넣는다. 배 전무는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큰 주식이 적립식 투자에 적합한데, 미국 바이오주가 이런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한국 배당성장주는 변동성은 크진 않지만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투자 중"이라고 말했다.

홍융기 KB자산운용 상무(멀티솔루션본부장)는 매월 월급의 4분의 1쯤을 코스피200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했다. '속 편한 투자'를 좋아한다는 홍 상무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특정 업종이나 종목보다 코스피 같은 기초지수의 회복력이 빠르다"라며 "어느 정도 금액이 쌓이면 원금을 빼서 해외 ETF에 나눠 투자하는 펀드에 돈을 옮기는 방식으로 분산투자를 한다"라고 했다.

A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ETF 전문가들이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한국은 박스권 장세가 고착화해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ETF 투자'를 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며 "코스피가 1900 초반일 때 코스피 레버리지 ETF(지수보다 2배 수준으로 수익률이 움직이는 ETF)를 샀다가 2000선을 넘어서면 인버스 ETF(지수와 반대로 수익률이 움직이는 ETF)로 갈아타는 전략으로도 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당주나 중국 ETF도 '기대'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 ETF 시리즈를 맡고 있는 사봉하 ETF파트장은 "저금리 시대엔 역시 배당주"라고 했다. 한국 배당주 ETF에 투자 자산의 50%를 배치했고 미국·신흥국 고배당주 ETF에 각각 20%씩을 넣었다. 사 파트장은 "미 대선을 앞두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대선 후엔 시장이 안정됐기 때문에 지금이 미국 투자 적기"라고 했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타운용본부 상무와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신흥국에 '한 표'를 던졌다. 심 상무는 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본토) ETF를 추천했다. 특히 베트남은 최근 외국인 투자 한도를 계속 늘리고 있어 유망하다고 봤다. 윤 상무는 "올해 안에 시행 예정인 선강퉁(홍콩·선전거래소 교차 거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차이나 H주(홍콩 거래소 상장 중국기업 주식)' ETF가 좋아 보인다"며 "농산물·부동산(미국 리츠) ETF를 통한 대체투자에 도전하는 것도 따져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