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 도운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 제막

"아버지를 비롯한 문산호 전사자를 잊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12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순직선원위령탑 근처에서 열린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 제막식. 문산호 선원이었던 이수용씨의 아들 이용규(65·경남 창원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는 유복자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와 문산호 선원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분들을 평생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해군작전사령부 주관으로 열린 이날 제막식에는 문산호 전사자 유가족, 해군 장병·예비역 단체, 해수부, 부산지방보훈청, 해상노동조합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산호는 1947년 2월 한국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미군 상륙함을 매입해 대한해운공사 물자 수송선으로 사용한 선박이다. 6·25전쟁 중인 1950년 9월 14일엔 인천상륙작전에 하루 앞서 적을 교란하기 위해 경북 포항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됐다. 학도병 등 유격대원 770여 명을 태우고 부산항을 출항한 문산호는 태풍에 휘말려 이틀 후 포항 장사동 해안에서 좌초됐다. 하지만 민간인이었던 황재중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과 유격대원들은 쏟아지는 적의 총탄을 뚫고 상륙해 교전을 했다. 북한 인민군이 장사동에 병력을 집중하는 바람에 미군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장사상륙작전 과정에서 황 선장과 선원 10명을 포함해 아군 139명이 전사했다. 기념비에는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참전해 숨진 황 선장과 권수헌, 김일수, 박시필, 부동숙, 안수용, 윤은현, 이수용, 이영룡, 이찬석, 한시택 등 선원 11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 건립을 해군본부에 건의한 최영섭 해양소년단 고문은 "이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