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블랙박스] 어쩐지 맛없더라… 포털 맛집 순위도 조작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고모(42)씨가 운영하는 꽃게식당은 소문난 '맛집'이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안면도 꽃게 맛집'을 검색하면 항상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어찌 된 영문인지 검색 순위에서 빠졌다. 고씨 식당뿐 아니라 상위 10곳 중 9곳도 동시에 검색 순위에서 사라졌다. 대신 하위권에 있던 A씨가 운영하는 꽃게집 한 곳이 이후 몇 달간 항상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같은 검색 순위 변동은 A씨 식당 홍보를 맡은 마케팅 대행사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마케팅 업체 대표 박모(38)씨가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글들의 순위를 조작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를 조작해 자신이 홍보를 맡은 업체와 경쟁 관계인 업체들의 검색 순위를 떨어뜨린 혐의로 박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똑같은 내용의 글이 포털사이트에 여러 번 올라갈 경우 '유사 문서'로 분류돼 검색 결과에서 빠진다는 점을 이용했다. 박씨가 의도적으로 경쟁 꽃게집들과 관련된 글을 복사해 수십 차례 포털사이트에 올리자, 경쟁 업체들의 검색 순위가 자동적으로 강등된 것이다.

경찰은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블로그에 자동 접속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블로그의 방문자 수를 늘려주고 100여 개 업체로부터 22억원을 받은 마케팅 업체 18곳의 대표 최모(42)씨, 이모(46)씨 등 30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 등은 컴퓨터 150여 대에 자동 접속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자신들에게 홍보를 맡긴 '식당'이나 '병원' 관련 블로그에 1~2시간 단위로 접속했다. 순위 조작을 맡긴 식당이나 병원들은 이 업체들에 매달 100만~200만원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