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뜨는 날, '달밤' 보러 가볼까

1954년 9월 가족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이중섭은 홀로 추석을 맞았다. 속절없이 휘황한 한가위 보름달 보며 이중섭은 아내에게 시를 띄워 헛헛함을 달랬다.

'내 사랑/한가위 둥근 달/ 혼자서 바라보다가/ 두 아이와 그대 모습/ 가슴 가득 채웠다오.'

편지엔 그림도 고이 접어 동봉했다. 벌거벗고 드러누워 애써 태연하게 보름달 쳐다보는 자신을 그린 그림이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같은 달을 쳐다보고 있을 가족 향한 그리움이 담긴 듯해 아련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10월 3일까지)에 가면 이때 동봉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달밤'을 만날 수 있다. 62년 전 이맘때 느꼈을 이중섭의 애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그림을 포함해 앞으로 이중섭을 만날 날이 딱 3주 남았다. 이번 추석에 가족과 함께 덕수궁도 구경하고 이중섭도 만나는 건 어떨까. 15일 추석 당일엔 할인 혜택도 있다. 성인은 4000원, 유아·초·중·고생 2000원(덕수궁 입장료 무료)만 내면 관람할 수 있다.

덕수궁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과천관은 14~18일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문을 연다. 서울관과 과천관은 이 기간 무료로 개방한다. 서울관에선 '김수자-마음의 기하학' '올해의 작가상 2016' '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 '국립현대미술관×국립현대무용단 퍼포먼스 : 예기치 않은' 등이, 과천관에선 30주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선 재독(在獨)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의 개인전 '행복한 아이들의 춤과 노래를'전이 열린다. 손자·손녀 손 잡고 볼 만한 동심 가득한 작품이 한 아름이다. 연휴 기간 문을 연다. (02)724-6328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은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와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 등의 작품으로 구성된 '사랑 증후군'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석파정 사랑채에선 한복 연구가 박술녀의 한복 전시 '녀,생'이 열리고 있다. 수요일 휴무. (02)395-0100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호안 미로'전에선 스페인 화가 미로의 유화, 드로잉 등 264점을 만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전시. 연휴 기간 문을 연다. (02)332-8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