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자 찰랑이네, 보일 듯 말 듯한 우아함

바람이 분다. 귀밑머리가 반짝거리며 찰랑인다. 머리카락인 줄 알았더니 귀밑으로 가늘고 길게 늘어진 귀고리다.

다양한 '드롭 이어링' 중에서도 줄 모양 귀고리가 인기다. 귀고리 중 늘어져 내린 부분이 주(主)가 되는 디자인을 '드롭 이어링(drop earring)'이라고 한다. 큼직한 원석을 매달아서 눈에 띄게 만든 게 많았다면 최근에는 보일 듯 말 듯 가는 줄처럼 만든 것이 많아졌다. '줄 귀고리' '롱(long) 드롭 이어링' 또는 '롱앤드린(long and lean) 드롭 이어링'이라고도 부른다.

줄 귀고리 유행은 지난해 말 셀린에서 올해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사카이 등 컬렉션 모델들도 장식물이 달린 줄귀고리를 하고 나왔다. 이들이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귀걸이가 사슴같이 긴 목을 스쳤다. 올봄부터는 여배우들이 공식 행사에 줄줄이 줄귀고리를 하고 나왔다. 칸 영화제에서 낮에 슈트를 입었던 천우희는 밤에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에 줄귀고리를 하면서 여성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현정, 신민아, 김태리, 김혜수, 한효주, 고준희 등이 시상식과 제작 발표회 등에서 모두 줄귀고리를 달았다. 최근 드라마 '닥터스' 제작 발표회 때 박신혜와 이성경이 나란히 가늘고 긴 귀고리를 하고 나왔다.

얼굴 옆에 한 줄 걸친 이 귀고리가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얼굴 선이 살아나고 목선이 가냘프게 보일 수 있다. 얼굴이 둥근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편이다. 줄귀고리를 착용했다고 거론된 연예인들 스타일이 천차만별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귀고리는 까다로운 장식품이 아니다. 얼핏 보면 눈에 거의 띄지 않지만, 몸이나 얼굴을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리기 때문에 우아해보이고, 여성스러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준다.

다른 드롭 이어링과 달리 잔잔한 디자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색상이나 스타일의 옷차림, 헤어스타일과도 잘 어울린다. 목선이 드러나도록 묶은 머리나 쇼트컷에는 귀밑에 툭 떨군 듯 달랑거리게 할 수도, 물 흐르듯 긴 머리와 함께 찰랑이게 할 수도 있다. 귀고리를 드러내기 위해 한쪽 머리는 어깨 뒤로 넘기기도 한다. 올해 어깨와 목을 모두 드러낸 오프숄더(어깨를 내려 입는 옷)가 유행하면서 줄귀고리의 유행은 더 널리 퍼질 수 있었다.

너무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단순하고 깔끔하게 하나로 떨어지는 디자인이면 충분하다. 끝에 진주나 유색 보석이 달린 것도 인기다. 양쪽 귀에 각각 다른 귀고리를 하는 '비대칭' 스타일도 가능하다. 한쪽 귀에 줄귀고리를 하고, 반대쪽에 귓불에 딱 붙는 버튼형 귀고리를 더해 경쾌하게 연출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