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세 공개하고 허위매물 퇴출시킨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회사원 A(45)씨는 최근 중고차를 사려다 스트레스만 받았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중고차 매매 정보를 검색하다 "시세 4000만원 안팎인 2014년식 제네시스를 3000만원에 판다"는 중고차 업체를 찾아갔지만 현장에서 딴소리를 들어야 했다. 해당 업체 소속 매매 사원은 "3000만원 차량은 사실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이니 차라리 돈 좀 더 들여서 3900만원에 다른 차량을 사라"고 집요하게 설득했다. 3000만원 차량이 '미끼 매물'이라는 사실을 안 A씨가 쉽게 결정을 못 하자 매매 사원은 "더 좋은 조건의 차들을 보여주겠다"며 A씨를 차에 태워 인근 중고차 매장들을 돌아다녔다. A씨가 "더 생각해보고 오겠다"고 하자 중고차 매매 사원은 화를 내며 "당신을 온종일 태우고 다녔으니 수고비 3만원을 내놔라"고 요구했다.

이르면 이달 중 시중에 팔리는 중고차의 시세 정보와 중고차가 과거 불법 튜닝으로 적발된 적이 있는지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허위·미끼 매물을 내놓는 중고차 판매 업체와 매매 사원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고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중고차 거래 건수가 2011년 332만대에서 지난해 367만대로 늘면서 각종 소비자 불만도 증가하자 정부가 개선책을 내놓은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미국의 중고차 가격 정보 사이트인 '켈리 블루 북(Kelley Blue Book)'처럼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믿고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와 앱에서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디에서 시세 정보를 알 수 있나.

"빠르면 이달부터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이 공동 운영하는 자동차 민원 대국민 포털(www.ecar.go.kr)이나 스마트폰 앱(마이카 정보 2.0)에서 제작업체·차종·연식 등을 입력하면 사려고 하는 중고차의 가격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가격 정보는 SK엔카·KB캐피탈·현대캐피탈 등 중고차 매매 5개 기관이 국토부 등에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보험개발원 등이 참여하는 시세산정위원회를 만들어 '평균 시세'를 산출해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는 개별 기관마다 제시하는 중고차 시세 수준이 각기 달라 소비자들이 한눈에 전체적인 시장 가격 수준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인터넷 사이트를 일일이 뒤지는 불편도 덜 수 있다."

-과거 정비 이력 등 차량 관련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나.

"그렇다. 지금은 과거 정비 이력과 압류·저당 내역, 자동차세 체납 정보 등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매매업자가 동의해야 조회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동의 없이도 조회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고차가 불법 튜닝을 했는지, 영업용 차량으로 사용된 적이 있는지 등 7개 항목이 추가돼 총 68개 항목에 대해 확인이 가능해진다. 자동차 민원 대국민 포털 사이트나 '마이카 정보 2.0' 앱에 각 중고차의 '차량 등록 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중고차를 믿고 사도 되나.

"성능 점검자가 중고차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백지 점검표'를 발급하면, 매매업자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대부분 항목에 '양호' 표시를 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런 불법행위를 하면 앞으로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지금은 성능 점검자가 1~2차례 위반하면 사업 정지, 3회 적발 시엔 등록 취소 처분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1차례 적발만으로도 등록이 취소된다."

-허위·미끼 매물 처벌은?

"지금까지는 매매업자들이 실제로는 매장에 없는 차량을 인터넷 광고 등에 올려두거나(허위 매물),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다음 실제로는 그보다 비싼 가격의 다른 차량을 사도록 유도하는 경우(미끼 매물)가 많았다. 이럴 경우 지금은 3회 적발 시 등록 취소지만 앞으로는 '2회 적발 시 등록 취소'로 처벌이 강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