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검아, 넌 우리의 약과가 아니더냐"

"이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여인으로 대할 것이다. 그리 해도 되겠느냐."

"헌데, 내가 한번 해보려 한다. 그 못된 사랑."

이 달콤하고 고전적인 사랑 고백으로 숱한 여인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남자가 있다.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주인공 박보검이다. 조선 후기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 역을 맡은 그는, 여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내관이 된 홍라온 역의 김유정과 극중 비밀 연애를 하고 있다. 8.3%로 출발한 시청률은 7회 만에 20%를 돌파했고, 19일 방영한 9회에서 21.3%로 최고점을 찍었다.

새털처럼 가벼운 스토리로 전개되는 로맨틱 퓨전 사극을 박보검은 진중하고도 섬세한 연기로 끌고 간다. 진지하면서도 능청스럽고, 소년 같으면서도 남자다운 모습이 지난봄 신드롬을 일으킨 KBS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송중기)를 보는 듯하다. 유시진 대위처럼 극중 효명세자가 등장할 때마다 슬로모션 기법이 사용되고 애절한 발라드곡이 깔린다. '(다른 곳에 가는 것을)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 같은 다소 느끼한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내는 것도 유 대위와 효명세자의 공통점이다.

'보검앓이'는 물론이고 박보검을 보며 힘을 얻는다는 뜻의 '보검 충전', 월요일 오기만 기다린다는 '월요병' 등 신조어도 양산되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저돌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는 뜻으로 '조선의 직진남', 매회 끝나기 직전 로맨틱한 고백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엔딩 요정' 같은 별명도 붙었다. 때아닌 '약과 열풍'도 불었다. 박보검이 "너는 나의 약과가 아니더냐"라고 말하며 김유정 입에 약과를 물려주는 장면 때문. '박보검은 국민 약과', '다음 세상엔 약과로 태어나고 싶다'는 글이 인터넷에 줄줄이 올랐다.

박보검은 올해 초 tvN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그 전까지도 다양한 연기 경력을 쌓았다.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해 여러 영화·드라마의 조연과 아역을 맡았고 KBS '너를 기억해'에선 사이코패스 악역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러다 천재 바둑기사 최택으로 나선 '응팔'과 tvN 여행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착하고 순수한 청년의 이미지를 앞세워 스타덤에 올랐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선 남자답고 강인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변신에 성공했다. '응답'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마다 차기작에서 실패를 경험해 '응답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박보검이 예외를 만든 셈.

송중기, 김수현, 유아인 등에 이어 사극 왕·세자 역할로 큰 인기를 모은 청춘 스타 계보도 잇게 됐다. 끊임없이 권력 암투를 벌여야 하고, 정해진 운명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왕세자 역할은 폭넓은 연기력이 필요해 배우로선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일단 성공하면 큰 인기와 더불어 연기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여서 대스타로 올라서는 발판이 돼왔다.

시트콤으로 데뷔한 김수현은 아역과 청춘물을 거쳐 사극 '해를 품은 달'(2012)에서 젊은 왕 역할로 일약 톱스타가 됐고 '별에서 온 그대'(2013)를 통해 최고 한류 스타 반열에 올랐다. '성균관 스캔들'(2010)로 잘생긴 배우 이미지를 알린 송중기 역시 '뿌리깊은 나무'(2011)에서 세종대왕의 세자 시절 역으로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겼고 '태양의 후예'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다음은 박보검 차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