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 지진에서 살아남기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여진이 잇따르면서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지진에 대비한 안전용품·비상식량 등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국내에선 지금까지 판매가 되지 않았던 제품이 대부분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는 지난 12일 지진 발생 직후 '가구 쓰러짐 방지대'가 새롭게 판매 등록됐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구가 넘어지지 않도록 가구와 천장 사이에 설치하는 일종의 지지대다. 길이를 13~23㎝로 조절할 수 있는 이 지지대를 가구의 윗부분과 천장 사이에 끼워 고정시키면 진동이 발생해도 가구가 넘어지지 않는다.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을 분석한 일본 방재백서에 따르면 당시 부상자의 46%가 가구·가전제품이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 G마켓에선 가구 쓰러짐 방지대 4개를 약 1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진동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누전차단기를 내려 전력 공급을 끊는 '지진 전기 차단기'도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 소개됐다. 누전차단기 바로 위에 부착하는 제품으로 차단기 내부에 팽팽하게 조여 있던 스프링이 진동이 발생하면 풀어지며 누전차단기 스위치를 물리적으로 내리게 만든다. 실제 지진 상황에선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지진이 발생하는 즉시 전기를 차단해 2차 사고를 막는다. G마켓에선 개당 7만3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SK플래닛 11번가도 최근 다양한 '피난 배낭 세트'를 내놓았다. 각종 안전 장구와 구급약품, 비상식량 등을 가방 하나에 모두 담아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피난 배낭 세트는 구성품의 양과 종류에 따라 7만~3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약 12만원에 판매되는 '25점 피난 세트'의 경우 가방 안에 상온에서도 10년간 보존되는 생수, 7년간 보존되는 고열량 식품, 휴대용 충전기, 테이프, 우비, 다용도 칼 등이 포함돼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는 국민에게 긴급 피난시 필요한 생존 물품 24종을 준비할 것을 권고했다. 방염 가방, 물, 건전지, 손전등, 다용도 칼, 태양광 동력 라디오, 마스크, 응급약품, 밧줄, 침낭 등이다. 이 권고 이후 일본에선 다양한 피난 배낭 세트가 출시됐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해외 직배송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비상 식음료와 응급약품 등으로 가볍게 구성된 어린이용 피난 배낭 세트도 판매된다.

라디오가 부착된 랜턴이 2만~5만원대에 판매 중이고, 주방의 상부 수납장처럼 진동이 발생했을 때 그릇 등이 쏟아져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가구 문에 부착해 진동이 발생하면 문이 잠기도록 하는 장치도 판매 예정이다. 재난 발생시 밝은 조명으로 자신의 위치를 쉽게 드러나게 해주는 'LED 팔찌·발찌' 등 독특한 재난 대비용품도 등장했다.

이러한 지진 대비용품 대부분이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일본 제품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선 직배송 대행 형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주문을 하면 통관을 거쳐 가정에 배송되는 데 평균 7~14일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일반 캠핑용품, 의료용품, 간편식 등이 재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의 판매도 늘었다. G마켓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12일부터 20일까지 소방 마스크, 구급함 세트, 자가 발전기 등 구조용품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47%, 의료용품은 129% 증가했다. 생수(72%), 컵라면(22%) 등 비상식량 판매도 크게 늘었다. 생활용품 매장 다이소 관계자는 "조난 상황에서 기차 소리와 비슷한 100㏈(데시벨)의 호루라기음을 내는 '구조 요청 호신벨'을 비롯해 일회용 마스크, 캠핑용 램프, 테이프 등 12일 이후 재난 상황에서 유용한 제품의 판매가 전년보다 약 20% 증가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