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세청에 통보]
필립모리스, 담뱃값 인상전 트럭으로 빼돌려… 인상후 되팔아
BAT는 생산 안된 담배 등 3200만갑 서류조작, 392억 탈세
2014년 9월 3~6일 경남 양산시에 있는 필립모리스코리아 제조장에는 트럭 행렬이 줄을 이었다. 트럭들은 나흘 동안 10여㎞ 떨어진 S사 창고로 담배 5622만여 갑을 실어날랐다.
22일 감사원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S사 창고에 담배를 쌓아놓고도 제조 공정이 끝나 판매에 들어가는 것처럼 '반출' 신고를 하고 세금을 냈다. 정부가 작년 1월 1일자로 담배에 붙는 세금을 높여서 담뱃값을 올리려고 하자, 인상 전 세율로 미리 세금을 낸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담뱃세를 낸 담배들은 다시 제조장 창고로 거둬들여 재분류·재포장했다. 그러고선 담뱃값이 오르자 소비자들에게 내다 팔았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담뱃세 인상 재고차익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코리아(BAT) 등 외국계 담배 회사 두 곳이 이런 식으로 탈루한 세금은 각각 1691억여원과 392억여원에 달했다. 또한 담배업계 전체가 담뱃세 인상 전 미리 세금을 납부하고 재고로 쌓아뒀다가 가격 인상 후 판매해 거둬들인 이득은 7938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감사원은 추산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행위를 막기 위해 당초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담배 매점매석 행위에 관한 고시'를 제정했다. 담배 회사들이 2014년 1~8월 월평균의 104%를 넘는 담배를 반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담배 회사들은 고시가 발령되기 직전에 무더기로 담배를 반출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BAT는 고시 발령 불과 몇 시간 전인 새벽녘에 3190만여 갑을 반출한 것으로 서류상으로 꾸몄다고 한다. 920만여 갑은 아직 생산도 안 된 담배였다. 필립모리스도 5568만여 갑을 전산상 반출된 것으로 처리했다.
담배 회사들은 "탈세할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필립모리스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조장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대해 해석의 차이가 있다"며 "세금은 모두 적법하게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13년 말 445만여 갑에 불과했던 필립모리스의 납세 후 재고량이 2014년엔 무려 1억623만여 갑으로 늘어났고, BAT는 2013년 전혀 없던 재고가 2014년 말 2463만여 갑으로 늘어난 것은 탈세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회사인 KT&G의 경우엔 담뱃세 인상 전에 재고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자체 유통망을 통해 이미 직영 소매점까지 나간 물량이 적지 않아 탈세 혐의는 벗었다.
감사원은 필립모리스와 BAT가 탈루한 세금에 가산세를 붙여 각각 2371억여원과 550억여원을 징수하고 탈세 혐의로 고발 조치하라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기재부에 담뱃세 인상 시에는 제조사 등이 부당 이득을 볼 수 없도록 '인상차익 환수규정'을 만들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