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고향길 다녀오는 사람들은 힘들고 피곤한 귀향, 귀경길이었겠지만 딱히 나들이할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지루한 나날이다. 매일 기름진 음식에 과식으로 몸은 무겁고 운동부족으로 살과의 전쟁을 벌이는 명절 연휴. 이럴 게 아니라 서울 시내 한가운데를 흐르는 청계천이라도 걸어보자고 사발통문을 돌려 27명이 모였다.
태풍의 영향으로 전국이 흐리고 비가 온다는데 서울 하늘은 쾌청하였고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맑았다. 서울둘레길은 한 코스에 6~7시간씩 걸어야 하니 마음은 있어도 엄두를 못 냈다는 사람들을 위하여 반나절 걷기로 정했다.
걷기를 시작한 이후 스마트 폰에 걷기운동을 측정하는 어플을 깔았다. 이날 걸은 청계천은 9.5Km, 약 3시간을 걸었다. 청계광장부터 위 그림의 22번째 다리 고산자교까지 걷고 근처에 있는 청계천문화관(박물관)도 둘러보았다. 밤새 내린 비는 미세먼지를 말끔히 씻어버려 하늘은 푸르고 맑아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가을이다.
청계천이 복원된 지 8~9년쯤인가?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많고 주변 수목들이 울창한 것이 생태계 복원도 제법 많이 된듯하다. 먹이사슬도 이어져 오리나 백로, 왜가리도 찾아오고 눈에 띄지는 않지만 뱀이나 수달도 있을 거라고 하니 청계천 복원은 성공한듯하고 시민의 휴식처, 관광객들이 꼭 들려보는 명소가 된지 오래니 우리처럼 배낭 메고 걷기 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휴일 반나절 동안 가볍게 3시간쯤 걸었다. '청계천 걷기라니?' 생각해보면 우습다. 둘레길, 산길만 걷는 줄 알았더니 서울 시내 한가운데를 흐르는 청계천을 따라 걸을 줄이야. 걸어보니 서울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청계천 주변은 인공석축에 갇혀 지하로 몇 미터는 내려앉아 기형적인 지형이지만 자연스레 복원되었다. 곳곳마다 역사가 남아있고, 시민들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아름답고 예쁜 길이다.
비록 반나절 걷기지만 추석 연휴 때도 쉬지 않고 걸었다. 걸어서 행복하고 걸어서 건강한 걷기, 가슴 떨리고 다리 멀쩡할 때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