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잡는 지진괴담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지진의 전조(前兆)가 아닌지 너무 무섭네요." "하늘에 지진운(雲·구름)이 떠 있는 것 같은데 대지진 나는 건 아닐까요?"

24일 밤부터 25일 오전까지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전국 각지에서 각종 '지진 전조 현상'을 목격했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24일 오후 8시쯤 경북 경주시에서 2.5 규모의 여진이 발생하자, 지난 12일 발생했던 역대 최고 규모의 지진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난 것이다.

울산에 사는 직장인 최모(여·28)씨는 25일 오전 긴 띠 모양의 구름이 층층이 떠 있는 사진을 찍어 부산에 사는 아버지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다. 최씨는 "지난 지진 때 부산 집에 있었는데 한밤중에 집 밖으로 뛰쳐나와야 했던 공포가 생생하게 남아 있다"며 "경주 지진 전에도 전조 현상인 '지진운'이 울산 등에서 발견됐었다고 들었는데 구름 모양이 심상치 않아 걱정돼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조그마한 덩어리의 흰 구름이 생선 비늘이나 물결 모양으로 모인 권적운(卷積雲)으로 지진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주 지진 이후 총 420여 차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벌레들이 집 밖에 모여 있다'거나 '구름 모양이 지진운과 비슷하다'처럼 평소 같으면 무심코 넘길 만한 생활 주변의 작은 현상들에 주목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특히 경주 지진 이전에 찍힌 '지진운' 사진이나 줄지어 이동하는 '태화강 숭어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개미떼' 사진 등이 대표적인 지진 전조 현상으로 지목됐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이런 전조 현상은 대부분 과학적으로 지진과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미 등이 지진을 감지해 움직이는 것은 지진 발생 9~10초 전이라 온라인상에 퍼지는 전조 목격담은 대부분 지진과는 무관한 괴담(怪談)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미 지난 지진 때 정부의 무능력한 예보 기능을 봤지 않으냐"며 지진 괴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25일 부산·울산에선 지난 7월 발생했던 '가스 냄새 지진 전조' 공포가 다시 한 번 재연됐다. 이날 오후 3시쯤 부산 기장군 장안읍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있는 신고리원전 주변에서 근무하는 고리원자력본부 청경들이 가스 냄새가 난다고 신고한 것이 알려지면서 "우리 집에서도 가스 냄새를 맡은 것 같다"는 시민들 불안이 이어진 것이다.

부산소방본부가 24~25일 부산에서 11건의 가스 냄새 신고를 접수해 조사한 결과,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울산에서 발생한 악취가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부산 금정구 주민 주부 김모(56)씨는 "지난 7월 가스 냄새가 났을 때도 조사단이 부취제(화학물질에 넣는 냄새 첨가제)로 결론 내렸지만 결국 지진이 발생했다"면서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고 말했다.

경주에서는 지진 이후 이른바 '일본 지진 감지 프로그램 괴담'이 돌고 있다. 일본이 한반도 지진을 미리 감지했으며 이에 따르면 앞으로 6.8의 강진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괴담을 잠재우기 위해 24일 지진 진앙인 경주 내남면 부지리의 마을회관을 찾아 하루 묵기도 했다.

지진 괴담이 확산되는 것은 시민들의 불안감과 정부의 무능한 대처,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언 등이 합쳐진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24일 "이번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 전조현상이라면 향후 2.6년 후 진도 8.0 이상의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포항 시민은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누군가 나서서 아니라고 반박을 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안만 자극하는 전조 현상에 주목하기보다는 지진 발생 시 재난을 막는 매뉴얼을 학습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