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게임 잘하려고 족집게 과외까지 받는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회사원 박성현(가명·30)씨는 지난 4일 '게임 과외'를 받았다. 인기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잘하기 위해서였다. 박씨가 게임 과외 사이트에서 수강료를 결제하자 곧바로 온라인 강사가 배정됐다. 박씨가 했던 게임 영상을 분석한 강사는 족집게처럼 "게임 화면상의 위치 선정에 문제가 있다"며 박씨의 약점을 짚어냈다. 강사는 직접 게임 시범을 보이면서 박씨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를 맞춤식으로 설명했다. 박씨가 게임하는 동안에는 음성 채팅으로 실시간 코칭을 해줬다. 이 3시간짜리 수업에 박씨가 들인 돈은 5만5000원. 박씨는 "즐겁자고 하는 게임에서 자꾸 져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돈 조금 내고 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낫지 않으냐"며 "이번에 배운 내용을 실전에 응용해 게임 승률을 올리면 이달 안으로 승급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 잘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임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처럼 젊은 층에 인기를 끄는 게임은 전 세계 이용자가 1억명이 넘고 국내 이용자도 수백만명에 달한다. 이 게임들은 바둑의 급수(級數)처럼 게임 실력에 따라 등급제를 운영한다. 고수는 고수끼리, 하수는 하수끼리만 게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박진감 있는 게임에 참여하려면 본인의 실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게임들은 여럿이 팀을 이뤄 상대 팀과 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팀원 개개인의 실력이 팀 전체의 승패를 좌우한다. 이 때문에 자기가 잘못해서 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과외를 받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 게임 과외 업체 관계자는 "못하는 사람에게 비난과 욕설이 쏟아지는 게임일수록 과외 희망자가 몰린다"며 "'게임하면서까지 못한다고 욕먹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두 게임에 대한 과외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만 10여곳에 달한다. 업체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일대일 과외 서비스를 해주는 프리랜서 게임 강사 팀도 200곳이 넘는다. 이들은 3시간에 4만5000~6만5000원 정도를 받고 온라인으로 일대일 교습을 해준다. 특정 게임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조작법을 가르쳐주고, 실력을 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게임 플레이 영상을 함께 보면서 약점을 찾아주고 요령을 설명해준다. 강사와 수강생이 동시에 게임에 접속해 한 팀을 이뤄 플레이하는 현장 실습도 한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원포인트 과외뿐 아니라 8주간 계속되는 35만원짜리 '장기 과정'도 있다.

게임 과외 수강생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성이다. 게임 과외 업체 '롤러와'의 이창훈 대표는 "20대 후반이 되면 어느 정도 구매력이 있는 반면 게임에 필요한 순발력과 체력 같은 신체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그 공백을 전문가에게 과외로 배운 요령으로 메우려는 것"이라고 했다. 10대 남학생들은 또래들과 더 잘 어울리기 위해 게임 과외를 찾는다. 부산 사상구에 사는 초등학생 김모(12)군은 "친구들 사이에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유행하는데 조작법이 익숙하지 않았다"며 "오버워치를 해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4만5000원을 내고 과외를 받았다"고 했다.

게이머들의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일부 업체는 과외 대신 강사가 직접 게임을 해서 게이머의 등급을 높여주는 '대리 게임'에 나서고 있다. 돈을 받고 고객 대신 게임을 해서 승수를 쌓아주거나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것이다. 이런 대리 게임은 게임 운영사나 다른 게이머들이 부정행위로 취급하지만, 등급을 빨리 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 때문에 성행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