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지성 폭우 예상되면 5분내 경보해준다

일본 정부가 국지성 폭우가 쏟아질 조짐이 보이면 5분 안에 강우량과 침수 위험 지역을 예측해 주민들에게 경보를 내리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내년 여름까지 시스템 운용 가이드라인 만들고, 이후 도입을 희망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치 비용을 최대 2분의 1까지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원해줄 방침이다. 설치 비용은 대당 수천만엔 선이다.

요리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4년 8월 히로시마 물난리를 계기로 국지성 폭우 경보 시스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히로시마에서는 3시간 동안 217.5㎜가 쏟아져 곳곳에 산사태가 속출했다. 산자락을 끼고 개발된 주택가가 많아 특히 피해가 컸다.

문제는 이런 참사가 한 번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2009년 8월에는 츄고쿠(中国)·규슈(九州) 지방에서 32명이 숨졌고, 2015년 9월에는 간토(関東)·도호쿠(東北) 지방에서 8명이 사망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가 불안정해지면서 하늘에서 '물 폭탄'이 떨어지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데 있다. 일본 기상청의 장기(長期) 분석에 따르면, 좁은 지역에 시간당 80㎜ 이상 장대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가 1980년대에는 123회였는데, 1990년대는 135회, 2000년대는 156회가 됐다.

하지만 경보 시스템은 이런 기후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국지성 폭우를 몰고 오는 '적란운'이 워낙 빨리 생성됐다 소멸하는 탓이 컸다. 적란운은 대기가 불안정할 때 생기며, 발생부터 폭우까지 짧으면 10분, 길어야 수십 분이다. 차라리 태풍은 대형 레이다로 발생 단계부터 진행 경로를 쭉 지켜볼 수 있지만, 국지성 폭우를 몰고 오는 적란운은 순식간에 생겼다 사라져 적시에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고베대학팀 등과 협력해서 만든 국지성 폭우 경보 시스템은 이 점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직경 1m짜리 소형 레이다를 침수 예측 소프트웨어와 연동시킨 게 핵심이라고 한다. 대형 레이다와 달리 관측 범위가 반경 수십㎞에 불과한 대신, 지역별로 미세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고, 산꼭대기뿐 아니라 건물 옥상에도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시스템이 보급되면, 지역별로 적란운이 발생하자마자 곧바로 강우량과 침수 지역을 예측해 5분 안에 주민들에게 경보를 내리는 게 가능해진다. '5분 내 경고'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30분 전 예측'을 실현하는 게 목표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자연재해 대처 방식의 허점을 연구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끈질기게 만들어나가는 게 일본 방재 정책의 특징"이라고 했다. 자연재해 발생 자체는 어쩔 도리 없지만, 준비가 부족해 화를 키우는 '인재'만큼은 줄이겠다는 자세다.

2014년 9월 일본 중부 나가노현에서 온타케산(御嶽山·해발 3067m)이 분화해 63명이 숨진 뒤에는, 화산 경보 시스템 개선이 국가적 과제가 됐다. 온타케산 분화는 마그마 때문에 지하수가 끓어올라 등산객들 발밑에서 '수증기 폭탄'이 터진 게 원인이었다. 일본 기상청은 분화 2주일 전에 화산성 진동이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다고 감지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분석해 분화를 예측하진 못했다. 그동안 지진 방재에만 치중한 나머지, 화산에 대해선 전문가도 부족하고 관측도 소홀했다는 점이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지진학자는 전국에 1500명인데 화산 연구자는 40명 안팎이고, 지진·화산 방재 예산 중 화산에 배분되는 돈이 10%에 그치는 상황이었다. "전 세계 활화산 7%가 집중된 나라에서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2년간 일본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화산 감시·관측 인력을 기존 1.5배인 240명으로 증원하고, 올 4월에는 '화산 감시·경보 센터'도 설치했다. 앞으로 화산을 낀 지자체와 관광 시설은 주민·등산객·관광객을 위한 피난 계획을 반드시 세우도록 관련법도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