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强强强强… 긴장도 섬뜩함도 부족한 악인들의 싸움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난 1톤 트럭처럼 요란하게 달려간다. 이 트럭은 자기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아수라'(감독 김성수)를 보는 것은 이 트럭에 올라탄 승객이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질주에 몸을 맡기고 열광하든가 아니면 멀미가 날 정도로 지쳐버리든가.

하지만 속도 조절이 안 되는 1톤 트럭을 오래 타고 싶은 승객은 없는 것처럼 이 영화를 132분 동안 보는 것은 즐겁지만은 않다. 후자(後者)에 해당하는 관객이 다수일 것이다. 불교의 오래된 설화 중 하나인 '아수라도(道)'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의 세계다. 이곳에 머무는 귀신들의 왕을 '아수라'라고 부르며, 아수라들이 싸우는 전쟁터가 '아수라장'이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의 약점을 쥔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 수하로 들여보낸다.이쯤 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싸움 수준이니 영화 제목이 '아수라'인 것도 이해가 간다.

한도경의 아내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이가 다 악인이고, 이들은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아수라도와 같은 지긋지긋한 지옥도를 보여주기 위해 기세 좋고 밀고 나가는 힘이 강렬하다. 하지만 거기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과 쾌감은 크지 않다. 악인들의 언행이 전형적인 폭력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깡패는 당연히 깡패 같은데, 시장도 깡패 같고, 경찰도 깡패 같고, 검사도 깡패 같다. 이들이 드러내는 악의 모습이란 하나같이 대화의 절반을 욕설로 채우거나 피를 튀기면서 주먹으로 때리거나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는 것이다. 처음으로 악의 세계에 들어선 문선모마저 순식간에 악인이 되어버린다. 결국 똑같은 인간들이 나와서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셈이다. '강약중간약'이 아니라 '강강강강'만으로 진행되는 영화를 보는 것은 지루하고 지친다.

악행에서 쾌감을 얻지도 못하면서 악인이 되어버린 한도경을 연기한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분신)'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가 정신이 어지러운 상태에서 차를 몰고 폭주하는 장면은 40대가 된 '비트'의 민을 보는 것 같다. 주지훈,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 김해곤 등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터라 매력을 느끼기는 어렵다.

끝까지, 세게 밀고 나가기엔 정신없이 빠져들 만한 창의적인 악행이나 악인이 없는 게 아쉽다. 악(惡)이란 게, 욕설과 폭력처럼 이리도 단순하고 쉬운 것이었던가. 지옥도란 게 그저 피가 낭자한 싸움 바닥이었던가. 더 교묘하고, 우아하며, 섬뜩했어야 했다.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