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일화? 비틀스라면 얘기가 다르지

"비틀스는 예수보다 더 유명하다." 1966년 3월 비틀스의 존 레넌이 인터뷰 도중에 무심코 내뱉은 이 발언은 걷잡을 수 없는 설화(舌禍)로 번졌다. 레넌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물은 엎지른 뒤였다. 보수적인 미국 남부에서는 비틀스 음반을 태우는 '화형식'까지 열렸다.

다음 달 2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The Beatles: Eight Days A Week)'는 비틀스의 마지막 순회공연이 열렸던 1966년에 초점을 맞춘다. 이전까지 1400차례의 공연 일정을 소화했던 비틀스는 1966년 8월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라이브 무대에서 사실상 은퇴했다. 그 뒤로는 음반 스튜디오에 틀어박힌 채 녹음 작업에만 몰두했다.

비틀스가 때 이른 '무대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다큐멘터리 후반으로 향하면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콘서트 직전에 폭발 테러 위협이 잇따르는가 하면, 소나기로 인한 감전 우려로 매니저들은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비틀스의 노래이자 영화 제목처럼 '1주일을 8일처럼' 사는 강행군이 계속되자 비틀스 멤버들도 서서히 지쳐간다. 마지막 샌프란시스코 공연이 끝난 뒤, 비틀스 멤버들은 냉동 트럭을 타고 도망치듯 경기장을 빠져나온다.

다큐멘터리를 감독한 론 하워드는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삶을 극화(劇化)했던 '뷰티풀 마인드'로 2002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고, '아폴로 13'과 '다빈치 코드' 등을 연출했다. 비틀스 멤버들의 인터뷰와 실황 공연 등을 바탕으로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이미 공개된 비틀스의 일화들을 엮어서 또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빚어내는 숙련된 스토리텔러의 솜씨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개봉과 함께 비틀스의 1960년대 실황을 담은 음반 '할리우드 볼 라이브(Live at the Hollywood Bowl)'도 재출시됐다. 오는 11월 5일에는 비틀스의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의 첫 내한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역시 비틀스는 아무리 퍼내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화수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