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티지 카드, 연회비 비싸도 뽑아먹을게 많네

은행 예금 평균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지 1년여가 지났다. 금리가 연 1%일 경우, 은행에 1억원을 맡겨도 세금을 빼면 1년간 84만6000원의 이자밖에 받지 못한다. 월 7만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부동산, 채권, 펀드 등의 투자 수익률도 크게 떨어지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돈을 아낄 수 있는 '절약형 재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용카드를 활용한 재테크다. 어차피 써야 할 돈을 현금이나 체크카드보다는 혜택을 두둑하게 담은 신용카드로 지출하면서, 금전적 혜택을 보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카드 재테크족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특정 신용카드를 어떤 방식으로 써서 얼마를 아꼈다'는 내용의 카드 사용 후기를 공유하며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카드 연회비에 육박하는 바우처 제공

카드 재테크에는 연회비 10만원 미만의 일반 카드보다는 20만~30만원대의 '매스티지(masstige)' 카드가 주로 활용된다. 매스티지는 대중을 뜻하는 매스(mass)와 특권을 의미하는 프레스티지(prestige)의 합성어로, 대중화된 명품급 카드를 의미한다. 매스티지 카드는 일반 카드보다 연회비 부담이 2배 이상 크지만 연회비에 육박하는 바우처(voucher)를 주고 각종 분야에서 할인 혜택과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잘만 쓰면 연회비를 훨씬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다.

바우처는 보통 백화점, 대형 마트, 아웃렛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이나 호텔 뷔페 식사권, 국내선 왕복 항공권 등이 제공된다. 카드사들은 카드 회원이 기호에 맞게 다양한 바우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바우처 금액은 보통 연회비의 75~90% 정도다. 연회비 20만원인 카드를 쓰는 사람이 최대 18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선택한다면 실질 연회비는 2만원인 셈이다.

연회비 대비 바우처 금액이 큰 카드를 살펴보면, 현대카드의 '더레드에디션2(The Red Edition2)'와 BC카드의 '블리스(Bliss)7', 국민카드의 '미르카드(할인형)', 농협카드의 '위카드' 등을 들 수 있다. 연회비 20만원인 더레드에디션2는 카드 발급 첫해에 100만원 이상을 쓰면 2일 후, 15만원 상당의 여행 관련 상품권 10만원 상당의 쇼핑권 등 연회비보다 많은 25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준다. 여행 관련 상품권은 롯데면세점과 전국 주요 호텔, 골프장, 국내선 동반 1인 항공권 결제 시 이용할 수 있다. 쇼핑권은 토리버치·청담플래그십 등 17개 패션 브랜드 등에서 쓸 수 있다. 연회비 20만원의 '블리스7'은 신라면세점에서 쓸 수 있는 20만원 상품권을 선택할 수 있고, 미르카드와 위카드는 연회비가 각각 19만원(할인형), 20만원인데 아웃백·빕스 등에서 쓸 수 있는 외식 통합 이용권 18만원어치를 선택할 수 있다.

◇금전적 혜택, 최대 연회비의 3배 이상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은 일반 카드보다는 매스티지 카드가 훨씬 유리하다. 대부분의 매스티지카드가 전 세계 700여개 공항 라운지 이용 가능한 'PP카드'를 함께 제공하며 인천이나 김포 국제공항 이용 시 월 1회 정도 한도로 무료 주차할 수 있다. 면세점 쇼핑 시 5~15%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카드도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적립률은 일반 카드보다 1.5배 이상 높아서 연간 2000만~3000만원씩 2년가량 쓰면 동남아시아 정도의 거리는 항공권 마일리지로 다녀올 수 있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카드는 1000원당 1마일(대한항공)을 적립해주는 삼성카드 'THE1(스카이패스)', 1500원당 2마일(대한항공)을 적립해주는 하나카드의 '다이아몬드클럽 스카이패스' 등이 있다.

여행 외에도 매스티지카드는 각종 유명 레스토랑, 대형 마트, 백화점에서 할인율이 10~20% 정도로 높고 주유소 리터당 할인율도 60~80원 정도로 주유소 전용 카드 못지않게 좋은 편이다.

이러한 매스티지카드 혜택을 꼼꼼하게 활용하면 최대 연회비의 3배를 넘는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신한카드와 국민카드에 따르면 각 사의 매스티지카드인 '더베스트-F'와 '미르카드'를 월 200만원 정도 사용할 경우, 각 분야 혜택을 고르게 받으면 연간 최대 70만~80만원가량의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다.

◇너무 많이 쓰면 소득공제에 불리

매스티지 카드의 금전적 혜택을 극대화하려면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우선 금전 혜택을 제공하는 조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가입 후 1년간 사용 금액이 서비스 이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품권은 받지도 못한 채 연회비만 날릴 수 있다. 예컨대 롯데 MBA카드(연회비 20만원)는 연간 500만원 넘게 쓰지 않으면 15만원 상당의 기프트권을 제공하지 않는다. 현대 더레드에디션2는 연간 1200만원 이상 쓰지 않으면 다음 해 연회비 20만원은 결제되지만 25만원 상당의 상품권은 제공되지 않는다.

혜택을 최대한 많이 받겠다는 목적으로 신용카드를 너무 많이 쓰면 연말 소득공제 시에도 불리할 수 있다. 신용카드는 소득공제율이 15%로 체크카드·현금(30%)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