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공연을 2만5천원에… '김영란 티켓'도 등장
입력 : 2016.09.30 03:00
[기업들 2장 선물해도 5만원 안넘게 가격 정해]
- 시행 이틀… 몸사리는 지자체들
경로당 노인에 관광·식사 접대… 강남구청장 수사대상 1호되자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자"
"이건 괜찮나요" 꼬리무는 문의… 무고성 신고도 늘어날 우려
"직접 당해보니 김영란법이 무섭긴 하네요."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틀째인 29일 서울 강남구청 관계자들은 "앞으로는 민원인들 비위에 거슬리면 큰코다치겠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전날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구청 예산으로 관내 경로당 회장 160명에게 관광 및 식사를 접대하고 선물을 제공해서 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서면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서면 신고였다.
신고를 한 박식원 대한노인회 강남구지회장은 당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행사에 갔던 다른 경로당 회장으로부터 식사 장면이 찍힌 사진 등을 제보받았다고 한다. 박 회장은 신고서에 '강남구청은 (나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으로 직권을 남용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그 돈으로 다른 이들을 접대했다'고 주장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대한노인회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는 공직 유관 단체이기 때문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지만, 노인회 간부가 아닌 경로당 회장까지 대상인지는 불확실하다"며 "신고가 들어 왔으니 조사는 하겠지만 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10월 경로의 달을 앞두고 매년 구의회의 승인을 받아 해오던 행사"라며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틀째인 29일 서울 강남구청 관계자들은 "앞으로는 민원인들 비위에 거슬리면 큰코다치겠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전날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구청 예산으로 관내 경로당 회장 160명에게 관광 및 식사를 접대하고 선물을 제공해서 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서면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서면 신고였다.
신고를 한 박식원 대한노인회 강남구지회장은 당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행사에 갔던 다른 경로당 회장으로부터 식사 장면이 찍힌 사진 등을 제보받았다고 한다. 박 회장은 신고서에 '강남구청은 (나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으로 직권을 남용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그 돈으로 다른 이들을 접대했다'고 주장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대한노인회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는 공직 유관 단체이기 때문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지만, 노인회 간부가 아닌 경로당 회장까지 대상인지는 불확실하다"며 "신고가 들어 왔으니 조사는 하겠지만 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10월 경로의 달을 앞두고 매년 구의회의 승인을 받아 해오던 행사"라며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남구청 사례가 알려지자 각 지자체는 "좋은 뜻으로 민원인에게 제공하는 음료수나 간식도 모두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며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허용 여부를 따지지 말고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을 악용해 다른 사람을 해코지하는 무고(誣告)성 신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경찰에 들어온 첫 신고는 서울 시내 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같은 수업 듣는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주더라'는 내용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첫 신고도 한 지방대 학생이 '취업한 졸업 예정자가 강의를 안 듣는 것을 담당 교수가 묵인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구청에 악성(惡性) 민원을 상습적으로 넣었던 사람들이 구청 행사나 공무원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신고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협찬처럼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권익위에 두 번 세 번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부산에서도 "교수님 생신이라고 학생들끼리 돈을 5만원씩 모아서 선물을 샀는데 김영란법 위반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과 위반 행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며 구체적인 적용 실례를 묻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29일 오후 6시까지 서면 신고 2건, 112 전화 신고 29건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특히 전화 신고의 경우 2건은 신고자 실명을 밝히지 않는 등 신고 요건 미비로 반려됐고, 나머지 27건은 신고가 아니라 김영란법에 대한 문의였다고 한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진모(22)씨는 "교수님에게 캔커피 드렸다고 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김영란법이 이웃 주민들끼리 서로 감시하게 만드는 북한의 5호담당제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을 악용해 다른 사람을 해코지하는 무고(誣告)성 신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경찰에 들어온 첫 신고는 서울 시내 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같은 수업 듣는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주더라'는 내용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첫 신고도 한 지방대 학생이 '취업한 졸업 예정자가 강의를 안 듣는 것을 담당 교수가 묵인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구청에 악성(惡性) 민원을 상습적으로 넣었던 사람들이 구청 행사나 공무원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신고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협찬처럼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권익위에 두 번 세 번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부산에서도 "교수님 생신이라고 학생들끼리 돈을 5만원씩 모아서 선물을 샀는데 김영란법 위반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과 위반 행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며 구체적인 적용 실례를 묻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29일 오후 6시까지 서면 신고 2건, 112 전화 신고 29건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특히 전화 신고의 경우 2건은 신고자 실명을 밝히지 않는 등 신고 요건 미비로 반려됐고, 나머지 27건은 신고가 아니라 김영란법에 대한 문의였다고 한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진모(22)씨는 "교수님에게 캔커피 드렸다고 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김영란법이 이웃 주민들끼리 서로 감시하게 만드는 북한의 5호담당제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가나 식당, 꽃집뿐 아니라 공연 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일부 공연 업체는 20만~30만원씩 하는 관람권 가격을 김영란법 선물 상한액인 5만원 이하로 낮춘 이른바 '영란 티켓'을 내놓고 있다. 오는 12월 세계적 지휘자인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내한공연을 개최하는 기획사 '빈체로'는 최고 30만원인 2층 좌석 전체를 2만5000원짜리로 낮춰 팔았다. 빈체로 관계자는 "공연 티켓을 기업들이 단체로 구매해 초대권 형태로 VIP 고객에게 나눠주는 게 업계 관행인데,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좌석 값을 낮췄다"며 "2장씩 선물해도 5만원이 넘지 않도록 2만5000원으로 가격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공무원이나 기자를 사칭해서 입장권을 공짜로 달라는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며 "대부분 '란파라치(김영란법과 파파라치의 합성어)'가 신고 포상금을 노리고 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