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꿈'으로 열고 '바람'으로 닫는다

"올해 부산에 영화 보러 갈 수 있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여부에 대해서 논란과 예측이 많았다. 결국 영화제는 열리고, 영화는 계속된다. 영화제를 개최하기에 시간과 자원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초청작들의 면면은 알차다. 예년보다 부대 행사는 축소됐지만 초청영화 상영, 게스트 초청 등 본행사는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열린다. 69개국 초청작 300편이다. 성장통을 겪고 성숙해진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대해볼 만하다.

10월 6일 개막하는 영화제를 여는 것은 한국 영화다. 장률 감독이 연출한 '춘몽'은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젊은 여자 예리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청년 익준, 종빈, 정범의 이야기다. 영화감독인 양익준('똥파리'), 윤종빈('범죄와의 전쟁') 박정범('무산일기')이 출연한다. 폐막작은 이라크 출신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The Dark Wind)'이다. 예매는 홈페이지(www.biff.kr) 참조.

◇영화제 영화, 어렵지 않아요

'영화제의 영화는 난해하다'는 선입견은 버려도 된다. '파수꾼' '소셜포비아' 등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언제나 화제를 일으켰던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지원작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비전섹션'을 찾는다. 손태겸 감독의 '아기와 나'. 속도위반으로 낳은 아들이 친자가 아니며, 여자친구는 집을 나갔고 이 상황을 군 제대를 앞두고 나온 휴가에서 맞닥뜨리게 된 청년의 이야기다.

최근 아시아 영화의 경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시아 영화의 창'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인도 국민배우 샤룩 칸이 수퍼스타와 그의 팬으로 1인 2역을 맡은 '샤룩 칸의 팬'과 국내에서 마니아 팬을 거느린 일본 사부 감독의 '행복을 찾아주는 사람'이 이 부문 기대작이다.

낯선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에 영화를 고르기 어렵다면 '월드시네마'를 노려보자. 칸, 베네치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먼저 초청된 화제작들이 많다. 지난 5월에 열린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이나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을 개봉 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부산에 뜬 ★들을 보자

영화제의 또 다른 재미는 감독과 배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2014년 화제작 '위플래쉬'의 마일스 텔러와 에론 에크하트가 '블리드 포 디스'로 영화제를 찾는다. WBA 슈퍼웰터급 챔피언이었던 비니 파시엔자의 일대기를 그린 복싱영화다. 이들은 벤 영거 감독과 함께 12일에 진행되는 오픈 토크와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다. '위플래쉬'를 연출한 데이미언 차젤 감독의 신작 '라라랜드'도 선보인다.

올해는 유독 일본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제를 많이 찾는다. 오다기리 조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신작 '오버 더 펜스'로, 2014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사회자였던 배우 와타나베 겐은 '분노'의 주연 배우로 다시 부산에 온다. '곡성'으로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구니무라 준도 부산에서 팬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재패니메이션'의 새로운 기수로 떠오른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일본 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억엔 흥행을 돌파한 '너의 이름은'을 가지고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다.

'아시아 3대 거장' 허우샤오셴(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일본), 이창동 감독은 10일 '특별대담1: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한다'에 참석한다. 세계 주요 영화제에 각자 따로 초청받는 세 감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아시아 영화가 상생하며 세계 속에서 성장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