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지는 한강 굽어보며 책과 데이트

한강과 월드컵공원이 손에 잡힐 듯하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청사 12층에 있는 하늘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창문 밖으로 이런 멋진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426㎡(약 128평)인 도서관은 북카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130석 규모인 열람실 정면과 왼쪽 벽면은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다. 왼편 통유리창을 따라 놓인 1인용 탁자 24개는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명당'으로 꼽힌다. 특히 도서관 창밖으로 펼쳐지는 야경(夜景)은 서울 시내 공공 도서관 중 최고로 꼽힐 정도다. 근무를 마치고 도서관으로 자주 올라온다는 구청 직원 박재숙(37·여)씨는 28일 "저녁에 창가에 앉아 책을 읽다 고개를 들어 바깥 경치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구청 강당이 하늘과 맞닿은 쉼터로

도서관이 있는 마포구청 뒤에는 3700여 세대가 사는 성산 시영아파트 단지가 있고, 걸어서 15분 이내 거리에 초·중학교가 6개 있다.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이 200m 떨어져 접근성도 좋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운치 좋고 고즈넉한 도서관으로 소문나 오전 9시에 문을 열기도 전에 이용객 십여 명이 매일 줄을 선다"고 했다.

열람실 옆 옥상에 꾸며진 하늘정원도 인기다. 28일 오후 8시쯤 카페와 테이블 4개가 놓인 이곳을 찾으니 각자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은 중학생 여럿이 눈에 띄었다.

인근 성사중학교에 다니는 최유빈(13)양은 "저녁 먹고 와서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면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며 "경치가 좋고 와이파이(무선 인터넷)가 잘 터져 정말 좋다"고 했다. 정원 옆 다목적실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웹툰, 손글씨 강의와 독서 동아리 모임 장소다.

하늘도서관은 2008년 마포구청이 현 청사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직원을 위한 강당으로 사용됐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공공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민원이 이어지자 구청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강당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했다.

2013년 11월 개관 당시 박 구청장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책 중 500권을 하늘도서관에 기증했다. 9월 현재 하늘도서관의 장서는 3만여 권이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며 평일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주말엔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책의 거리로 변신하는 홍대

인구 38만명인 마포구엔 하늘도서관과 서강도서관이 있다. 서대문·은평·용산구 등 인접 자치구에 3개 이상의 공공 도서관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마포구의 도서관 숫자는 모자라는 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포구는 2014년부터 성산1동 옛 구청 부지에 484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중앙도서관을 신축하고 있다. 내년 8월 완공 예정인 중앙도서관은 청소년 교육센터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마포구는 다음 달 28일 젊음의 거리인 홍대를 책과 출판문화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 홍대 인근 경의선 폐선된 철길 부지 250m를 따라 '경의선 책거리'를 선보인다. 경의선 홍대입구역 7번 출구에서 와우교까지 부스 14개를 설치해 인문·문학·여행·아동 등 주제별로 책을 전시하고, 축제와 공연을 위한 야외광장도 조성할 계획이다.

박홍섭 구청장은 "홍대와 합정 일대엔 출판 업체 496곳과 디자인 업체 323곳이 있으며, 출판 디자인 산업 종사자만 7000여 명에 이른다"라면서 "출판 중심지인 마포구를 교육 문화 도시로 발돋움시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