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힘들수록 찾게 된다 '무지갯빛 위로'

무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음료수를 마시자 옷 색깔이 빨강·노랑·초록·보라색 같은 알록달록한 빛깔로 변한다. 모델들은 화려한 원색 옷을 입고 발랄하게 춤을 춘다.

동아오츠카 '오로나민 C'의 TV 광고 내용이다. 중독성 있는 CM송과 모델(전현무·홍진영)의 유쾌한 춤사위로 유명한 이 광고는 지난 4월 전파를 탄 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조회수가 700만명에 이른다. 광고 정보 사이트 TVCF(tvcf.co.kr)는 인기 광고 1위로 꼽았다. 이 광고를 기획한 홍광석 브랜드매니저는 "경기가 침체할 때 화려한 색상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다는 소비 심리학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위안을 주는 컬러로 '무지갯빛'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손주연 럭셔리 컨설턴트는 "경기 불황 때마다 패션·디자인 업계에선 강렬한 원색 제품을 내놓았다"면서 "화려한 색깔의 제품을 보면서 기분전환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데 올해는 무지갯빛이 대세"라고 말했다.

케이크 전문점 '도레도레'는 최근 무지갯빛 케이크로 디저트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 업체는 2014년 5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37억원, 올해는 250억원을 예상한다. 디저트 시장 규모는 2013년 3000억원에서 2014년 8000억원, 지난해 1조5000억원으로 2년 새 5배 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불황 때엔 저렴하지만 만족도 높은 기호품 구매가 늘어난다.

이른바 '립스틱 효과'다. '작은 사치'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무지갯빛 케이크는 이런 불황 심리를 파고들었다. 식품 매장에선 레인보 베이글, 레인보 파스타, 레인보 피자 같은 무지갯빛 음식이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 하라주쿠 가와이 몬스터 카페는 무지개 케이크, 무지개 파스타 등으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패션 업계에도 무지갯빛이 두드러진다. 뉴욕타임스와 영국 신문 가디언은 올해 가장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로 무지갯빛 컬렉션을 꼽았다.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 안야 힌드마치, 페라가모 등은 올해 하반기 대표 상품으로 레인보 컬러를 이용한 컬렉션을 내놓았다. 최근 뉴욕·밀라노·파리에서 열린 '2017년 봄·여름 패션위크'에 등장한 제품 중에는 강렬한 원색이 무지갯빛을 이루는 컬렉션이 많았다.

수잔 스카피디(Scafidi) 뉴욕 포덤 로스쿨 패션법연구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으려 한다"면서 "갖가지 원색 제품과 대담한 패턴이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말했다.

1980년대 '무지갯빛 유니콘' 같은 화려한 원색 디자인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미국 디자이너 리사 프랭크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리사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무지갯빛 디자인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lisafrank'라는 해시태그(검색을 쉽게 하는 표시)를 달고 무지갯빛 디자인 제품을 올리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무지개 색은 지금까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를 뜻했다. 평등과 다양성을 상징한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희망'이란 뜻을 더했다. 광고 회사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허웅 박사는 "강렬한 일곱 가지 색깔이 어우러진 레인보 빛깔은 우울한 분위기를 밝게 연출하는 힘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무지개 색깔을 통해 불황 속에서 희망을 바라는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