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車사고 두 번에도 '보험료 폭탄'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는 주부 김모씨는 최근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려다 분통을 터뜨렸다. 몇 년 연속 가입했던 보험사에서 돌연 "고객님은 손해율(낸 보험료 대비 보상받은 보험금 비율)이 높아 재가입을 해 드릴 수 없다. 아마 어디를 물어봐도 그럴 것"이라며 문전박대당한 것이다. 최근 1년 새 벤츠와의 가벼운 추돌 한 번, 버스와의 옆 긁힘 한 번 등 2차례 사고를 낸 게 화근이었다. 다른 보험사를 알아보다 '공동인수'로만 보험 가입이 가능하며, 이 경우 보험료가 109만원으로 지난해 보험료(70만원) 대비 56%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이런저런 사고 때 보상받자고 각종 특약까지 넉넉히 들었는데, 가벼운 사고 두 번에 보험 가입까지 거절당하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공동인수란 사고위험률이 높아 개별 보험사로부터 인수를 거절당한 계약을 11개 손해보험사가 공동으로 인수해주는 제도다. 사고가 나면 11개사가 손해를 나눠 부담하고 그만큼 보험료도 비싸다.

김씨처럼 경미한 사고로도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대상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급증해 소비자 불만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건수가 2013년 4만7000건에서 2014년 9만건, 지난해에는 25만3000여건으로 급증했다.

공동인수의 경우 일반 가입에 비해 기본보험료가 50% 이상 할증되고, 특약 등을 포함하면 2~3배 비싸지는 경우도 있다. 보험사들이 만년 적자 상태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엄격한 심사 잣대를 들이대면서 관련 민원도 늘어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자동차보험의 '계약 성립 및 해지'와 관한 민원은 2013년 260건에서 2014년 394건, 2015년 796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공포

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개별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건당 평균 보험료는 52만원인 데 비해, 공동인수 보험료는 평균 147만원으로 3배 가까이 비쌌다. 특히 개인용 보험의 공동인수 대상자 증가 속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개인용 보험의 공동인수 건수는 2014년 1만7000건에서 지난해 13만건으로 2년 새 7배 이상 폭증했다. 개인용 보험의 보험료가 영업이나 업무용 보험보다 상대적으로 저가(低價)가 많아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마다 가입·재가입을 제한하는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개인용 보험 가입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3년에 4번 이상 사고를 냈거나 1년에 한 번 이상 사고를 낸 외제차는 갱신 거절 대상자로 분류한다. 현대해상은 최근 3년 내 3번 사고를 냈으면서 직전 연도에 사고가 있었을 경우, 한화손보는 1년에 2회 사고자 또는 3년에 4회, 메리츠화재는 1년 2회 이상이거나 3년 3회 이상 사고를 냈다면 심사 대상이다. 한 곳에서 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사람이 '혹시나 여기는 가능할까' 보험사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하는 이유다.

◇손해율 낮추기가 더 중요한 보험사들

당국도 공동인수 보험의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손대기 여의치 않다는 게 문제다. 금감원은 올 4월 자동차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 중 하나로 공동인수제를 꼽고, 공동인수 계약의 보험료 산출 방식을 종목별·담보별로 세분화하고 표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개별 보험사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한 사람이 발품을 팔지 않고 보험사들에 입찰을 붙이는 '공동인수 전 공개입찰' 시스템도 제대로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인수 전 공개입찰은 사문화된 제도로 사실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손보사들로선 영업이익을 좀먹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끌어내리는 것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고 있어, 개별 보험 가입 기준을 낮춰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의원은 "한 개 보험사에서 인수를 거부당하면 무조건 공동인수로 넘어가는 불합리한 구조는 보험사 간 담합 의혹까지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