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인 그림을 위해 기하학 공부한 다빈치

수학은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가 | 이한진 지음 | 컬처룩 | 292쪽 | 1만8000원

"스물세 살이었을 때, 내가 건축하고 있던 집의 정면도를 그리다가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만물에 질서를 부여하고 서로 연결시키는 규칙은 과연 무엇일까?" 20세기 프랑스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는 저서 '모듈러'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수학에 별 관심이 없던 그는 그 의문이 기하학적인 문제임을 알게 됐고, 미켈란젤로의 건축물을 보다가 '직각이 구성을 지배한다'고 깨닫게 됐다. 그는 급기야 "미학적 감정의 핵심은 공간의 기능"이라고 말하게 된다.

'예체능 전공자는 수학과 무관할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은 이 책에선 설 자리를 잃는다. 수학자이자 한동대 교수인 저자는 수학과 예술 사이에 있었던 역사적인 교류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다빈치 같은 르네상스 화가들은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기하학을 공부했고, 몬드리안이나 잭슨 폴록 같은 현대 추상 미술에도 수학이 스며들어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