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아빠들, 육아에 뛰어들다

육아나 자녀 교육을 다루는 잡지라고 하면 '베이비○○'나 '여성○○'처럼 아이 키우는 여성을 위한 것부터 떠오른다. 엄마의 고민, 엄마가 알고 싶은 정보 등을 엄마 입장에서 담아내는 잡지다. 가정과 육아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대, '아빠'를 위한 잡지도 필요하지 않을까. '볼드 저널(Bold journal)'은 그런 질문에서 출발한 '아빠 잡지'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며 창의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아버지들의 매거진'을 내세운다. 잡지사 아트디렉터 출신 김치호(40)씨가 작년 8월 회사를 차려 넉 달 전 창간호를 내놨다. 창간호 테마는 '놀이', 지난 주말 발행된 2호의 테마는 '휴가'다. 여러 아빠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인터뷰에 시행착오와 노하우, 정보, 조언과 깨달음이 녹아 있다.

'나를 아버지로 만든 여행'이란 기사는 전시 디자이너 최동익씨가 아내, 세 아이와 미니 버스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이야기. "여행 떠나기 전엔 아이들에게 대화 대신 명령을 했다. 여행지에서 낯선 상황을 맞닥뜨리니 무섭고 모르는 게 많아 명령할 수 없었다. '아빠도 못하는 게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자 아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아이들을 존중하고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됐다."

'아빠 둘 아이 셋의 이탈리아 여행기' 기사는 IT 업체에 다니는 유승우씨가 자신의 열 살 딸, 유씨의 친구와 그 아들·조카와 함께 7박 8일간 이탈리아 남부를 돌아본 경험담이다. "아이들은 콜로세움보다 젤라토 가게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들이 뒷마당 고양이와 노는 데 푹 빠지는 바람에 아빠들이 꼭 가보고 싶던 와이너리 방문은 취소됐다. 아이의 사소한 취향과 언어 습관, 개성을 처음 발견했다."

 

'볼드 저널'이란 제목에는 일 중심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이 일·가정 균형을 추구하려면 대담(bold)해져야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다섯 살 딸 아빠인 김치호씨의 개인적 필요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두 아이 아빠로 살아보니 조언이 필요할 때가 많더라고요. 직장일도 잘하고 아내·자녀와도 잘 지내는 '선배 아빠'들을 만나보고 싶은데 주변에서 찾기 어려웠어요."

주변 남성들에게 설문해봐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무엇을 선택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지 아빠로 살아본 선배들에게 묻고 싶다" "직장에선 성공을 이뤘지만 자녀와는 대화가 끊겼다. 모든 게 허무하다"…. 잡지 창간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된 그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남성을 타깃으로 삼고 준비에 착수했다. 좋은 얘기를 고리타분하지 않게 하는 것과 디자인 요소를 강조해 소장하고 싶은 잡지를 만드는 것 두 가지에 가장 크게 중점을 뒀다고 한다.

창간호 반응은 엇갈렸다. '상상 속에만 있던 매우 유용한 잡지'라는 칭찬과 '도저히 실행할 수 없는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줘 스트레스 받게 한다'는 비판. 남자가 남자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 배울 만한 사례를 소개하다 보니 시간 활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전문직이 주로 등장하는 것은 한계이자 숙제. 김씨는 "일반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 아빠들을 더 열심히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