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오른… '연탄값의 경제학'

연탄의 소비자 가격이 4일부터 15% 인상됐다. 연탄 가격 인상은 7년 만이다. 현재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10만~15만 가구로 전국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연탄 가격 조정에 신중을 기해왔다. 연탄 사용 가구의 상당수가 영세한 서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가격 현실화에 나선 것은 우선 석탄 수요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연탄 제조업체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화석연료보조금 폐지 계획'을 밝혔다. 따라서 보조금 폐지로 연탄 가격이 일시에 상승하는 충격을 막기 위해 단계적으로 값을 올려야 한다. 여기에 높은 생산원가를 맞추지 못해 부채만 1조5900억원에 이르는 대한석탄공사에 대한 구조조정 성격도 맞물려 있다.

◇원가 상승에도 7년간 가격 동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연탄의 공장도 가격을 한 장당 373.5원에서 446.75원으로 19.6%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통비를 포함한 소비자 가격은 15% 오른다.〈그래픽 참조〉 연탄 가격은 2009년 이후 계속 동결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생산 원가가 상승했음에도 장기간 가격을 동결해 원가와 판매가의 차이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탄 가격 인상은 지난 6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마련할 때 이미 예정됐던 것이다. 석탄공사의 부실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연탄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연탄 판매가격을 생산 원가 이하로 제한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손실을 보전해줬다. 지난해 기준 연탄의 공장도 가격은 한 장에 373.5원으로 생산 원가의 57%에 불과했다. 연탄이 서민 연료라는 점을 고려해 값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연탄 가격 인상을 제한하다 보니 석탄 가격도 오르지 않았고, 그 결과 석탄공사 손실이 매년 불어났다. 석탄 가격 인상이 제한되자 석탄공사가 운영하는 탄광 3곳은 석탄을 캘 때마다 t당 7만원씩 적자가 났다. 석탄공사는 지난해에만 62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가격 인상으로 수요 감소 노려

정부는 이번 7년 만의 연탄값 인상으로 연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88년만 해도 전체 가구의 77.8%가 연탄을 땠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2000년대 들어 1%대 밑으로 떨어지더니 2014년에는 사용률이 0.5%에 불과했다. 1980년대 2000만t이 넘었던 전국의 연탄 소비량은 지난해 말 기준 147만t으로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연탄 공장도 2003년 88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절반가량인 46개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연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사용층이 주로 서민이나 화훼농가 등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10만~15만 가구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정부가 연탄 쿠폰을 통해 지원하는 가구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외계층 등 7만7000가구(2015년 기준)다. 정부는 이번 인상 이후 저소득층을 위해 연탄쿠폰 지원 금액을 기존 16만9000원에서 23만5000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이 향후 연탄을 대신해 LPG 등 다른 연료로 바꾸도록 보일러 교체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연탄을 사용하는 일반 가구와 시설 재배 농가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