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0세 보험 시대

기대수명 82.4세, 최빈사망연령(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나이) 86세(2015년 통계 기준).

100세 장수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길어야 80세까지 의료비, 치매 간병비 등을 보장하던 보험 상품들이 100세 보장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4일 손해보험협회 등 보험업계 집계 결과, 지난 6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장기보험상품 중 주(主) 계약 만기가 100세 이상인 것이 약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100세 만기 장기보험상품은 한두 개밖에 찾아볼 수 없었다. 1980년대 초에는 이른바 '백수(白壽·99세) 보험'으로 불렸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100세 보장 상품이 153종에 이른다. 2020년에는 우리나라 최빈(最頻)사망연령이 90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100세 보장 보험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100세 시대, 100세 보장보험이 대세

한화손해보험은 기존에 가입한 건강보험의 보장 기간이 65~80세 사이에 끝나는 사람들이 100세까지 암·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같은 3대 질병을 이어서 보장받을 수 있는 신개념 건강보험 상품을 지난 8월 내놨다. 기존 상품과 보장 시기가 겹치는 기간에는 보장 범위를 최소화했다가 100세 보장 신상품으로 갈아탄 이후에 집중적으로 보장받는 상품이다. 한화손보 측은 "65세 또는 80세가 만기인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만기 이후 보장이 단절되는 '보장절벽' 위험에 노출되는데, 보장 기간이 끝나고 재가입을 하려 해도 나이가 많아 보험료가 오르고 병을 얻으면 아예 보험 가입이 거부될 수도 있다"며 "보장절벽 틈새를 메워 100세까지 보장을 이어가고 싶다는 수요를 공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IA생명은 10년 만기가 전부였던 기존 간편심사 암보험 상품을 10년마다 갱신해 100세까지 보장하도록 손질해 4일 새로 출시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프지 않은 '건강수명'은 여전히 65.4세에 머물러 있어 나이 들수록 보험의 필요성이 더 간절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110세까지 보장하는 보험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내야 하는 보험료 부담도 함께 커진다. A보험사 암보험의 경우, 80세 만기일 때는 월 4만980원, 100세 만기 땐 월 5만4540원, 110세 만기 때는 월 5만7330원을 내야 한다(40세 남성, 20년 납입, 주계약 가입금액 3000만원 기준).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장기요양이나 치매보험의 경우, 실제 질병이나 치매가 발생하는 위험률 곡선이 70세 이상부터 가파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기존 80세 보장에서 100세 보장으로 상품 구성을 바꿔갈수록 보험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갱신형·비갱신형 제대로 골라야

100세 만기 보험 상품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이 '갱신형'인지 '비(非)갱신형'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갱신형은 가입 초반엔 보험료가 싸지만 갈수록 물가상승과 사업비 상승분 등을 반영해 비싸지는 구조이다. 반면, 비갱신형은 초반 납입료가 갱신형보다 비싸지만 내내 같은 금액을 내면 되기 때문에 지출이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비갱신형으로, 갱신 주기가 긴 것으로 가입하는 것이 대체로 유리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100세 보장 비갱신형 상품에 들면 보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불리할 수도 있다.

100세 만기 상품의 경우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도 따져봐야 한다. 보험료를 싸게 받지만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이 낮다면 제때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성이 있어서다. 금감원이 집계한 올 6월 말 기준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을 보면 생보사 중에는 현대라이프(179%), KDB생명(192.4%) 등이 하위권이고 손보사 중에는 흥국손보(151.1%), 롯데손보(155.4%) 등이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