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10 01:42

[경고등 켜진 '실버 운전'] [5·끝] 적성검사때 안전교육 의무화를

- 한국 교육 이수율 0.1%
日, 2002년부터 75→70세 확대… 3시간 교육… 사망사고 25% 줄어
캐나다, 80세 이상 2년에 1회… 안전교육 받아야 면허 갱신

"비보호 좌회전이 녹색 신호일 때 가는 거라고?"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강의실.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수업을 듣던 김모(71)씨가 강의를 진행한 도로교통공단 송선정(37) 교수에게 "평생 운전하며 빨간 신호일 때 비보호 좌회전을 했는데 걸린 적이 없었다"며 이같이 물었다.

송 교수는 "어르신께서 운이 좋으셔서 걸리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제라도 바로 아셨으니 앞으로는 꼭 법규를 지켜 주셔야 한다"고 답했다. 한모(72)씨는 모니터에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길을 기억해 표시하는 시공간 기억력 평가에 계속 오답(誤答)을 냈다. 그는 "분명히 기억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표시하려니 머릿속에 떠오르지가 않는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이 수업의 정원은 20명이었지만 참석자는 6명뿐이었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있는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강의실에서 65세 이상 운전자들이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시공간 기억 검사’를 하기 전 강사가 운전자들에게 검사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있는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강의실에서 65세 이상 운전자들이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시공간 기억 검사’를 하기 전 강사가 운전자들에게 검사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이진한 기자

도로교통공단은 2013년 8월부터 전국 16개 지역에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으로 강제하는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 이수율은 저조하다. 지난해 2740명의 고령자가 교육을 이수했다. 65세 이상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230만명 가운데 0.1%만 교육을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캐나다·일본 등 교통 선진국은 고령자가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을 때 의무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갱신해주지 않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는 2014년 4월부터 80세 이상 고령자는 2년에 한 번씩 교통안전교육을 받아야만 운전면허를 갱신해주고 있다. 나이가 운전에 미치는 영향, 운전을 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법, 약을 먹고 운전대를 잡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45분간 가르친다. 시민권자뿐 아니라 캐나다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고령자도 교육 대상이다.

일본은 1998년 10월부터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75세 이상 고령자는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적성검사뿐 아니라 교통안전에 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2002년 6월에는 법을 강화해 교육 대상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낮췄다. 교육 대상자는 3시간 동안 운전 중 위험을 예측하는 방법과 교통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는 요령 등을 배운다. 안전운전과 방어운전 요령, 교통과 관련된 법규도 가르친다. 강동수 도로교통공단 경영본부장은 "일본은 고령 운전자 의무교육 대상을 70세 이상으로 확대한 이후 교통사고로 사망한 70세 이상 운전자 수가 2002년 4255명에서 2014년 3197명으로 25%가량 줄었다"며 "교육을 통해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 중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과 잘못 알고 있던 교통법규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노인 안전 종합대책'에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현재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갱신 때마다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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