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르는 명태… 세계 첫 완전양식 성공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국산 명태가 우리 밥상에 다시 오를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명태 양식법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작년 2월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명태가 지난 9월 산란해 명태 치어 3만 마리가 태어났다"며 "'완전 양식' 기술 확보로 명태 인공 종자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11일 밝혔다.

물고기 양식 기술은 '인공수정 1세대 수정란 확보→수정란을 성체로 키우기→성체에서 인공수정 2세대 얻기(완전 양식)'의 세 단계로 이뤄진다. 인공수정으로 만든 물고기가 다시 어미가 돼 새끼를 낳는 것을 '완전 양식'이라고 한다. 명태 완전 양식 기술을 확보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고 해수부는 밝혔다. 일본도 인공수정 1세대 기술만 있을 뿐 아직 완전 양식 기술은 없다.

명태는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하면 '황태', 있는 그대로면 '생태', 새끼면 '노가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19세기에 서민층 식탁에도 올랐다는 기록이 있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안의 대표 수산 자원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7만4000t이던 국내 어획량은 1990년대 6000t으로 급감했다. 2007년 이후엔 연간 1~3t 잡히는 데 그쳤다. 사실상 '씨'가 마른 것이다. 현재 연간 명태 소비량(25만~26만t)은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명태 어획량이 급감한 데는 동해의 수온 상승으로 명태가 북쪽으로 올라간 데다 남획(濫獲)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1970년대 후반 어민들이 잡은 명태의 80% 이상은 새끼인 '노가리'였다. 당시만 해도 어민들은 노가리를 명태 새끼가 아닌 전혀 다른 어종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정부는 2014년 2월 해양수산부 주도로 국립수산과학원, 강원도 등과 함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명태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정부가 한 마리에 최고 50만원 포상금을 내걸자 어민들이 살아 있는 명태를 가져오려 했지만 수송 도중 대부분 죽었다.

수정란에서 부화한 치어를 명태로 키우는 일도 쉽지 않았다. 2014년 초 인공 부화한 치어 9만 마리는 수온과 수질이 안 맞아 두 달 만에 모두 폐사했다. 명태는 8~10도 수온에서 잘 자라는데, 그 온도에서 줄 수 있는 생물 먹이도 없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질 개선 관리 순환 시스템과 저온에서 살 수 있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개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초 어미 명태 한 마리로부터 수정란 53만개를 확보해 이 중 3만9000마리를 20㎝ 크기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중 200마리는 따로 골라 산란 가능한 어미로 키웠고 이 중 7마리가 지난달 18일 산란에 성공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인공으로 생산한 명태를 동해에 방류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12월에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명태 1만5000마리를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 방류했다. 완전 양식으로 명태 치어를 얻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 방류 작업도 속도를 탈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명태 방류로 2020년까지 명태 어획량이 5만t으로 회복되면 연간 3800억원 경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어민들에게 명태 양식 기술도 보급한다. 내년에 예산 15억원을 들여 명태 종자를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양식업자들에겐 인공 종묘를 분양한다. 이르면 2018년부터는 내륙 양식장이나 해상의 '중층 가두리' 양식장에서 명태 양식이 가능할 것으로 해수부는 보고 있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인공으로 생산한 명태 치어를 동해안에 풀어주는 동시에 양식 기술도 계속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