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하나뿐인 19금 히어로… 性 금기 사회에 펀치 날렸죠

멈추지 않는 성욕의 발로(發露) '수퍼 정자'를 보유한 대학생 김기두가 수퍼 히어로 '스퍼맨(Sperm+Man·정자인간)'으로 변신해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 네이버 첫 본격 '19금(禁)' 웹툰으로 지난 2월 연재를 시작한 '스퍼맨'은 첫 화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반년 넘게 '일요 웹툰' 랭킹 1위를 지켰다. 만화가 하일권(34)씨는 "성(性)을 금기시하는 사회에 대한 딴죽, 세상 단 하나뿐인 히어로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바람이 만나 '스퍼맨'이 탄생했다"며 웃었다.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해 2006년 웹툰 '삼봉이발소'로 데뷔했다. 외모 콤플렉스로 상처받은 사람을 이발사 '삼봉'이 치유한다는 내용. "삼봉이발소는 스퍼맨의 효시예요. 초능력이나 마법을 써야만 수퍼 히어로가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존재가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발소('삼봉이발소'), 목욕탕('목욕의 신'), 학교('방과 후 전쟁활동') 등 하씨의 만화 배경은 일상 속 공간이지만 그 위에 구축된 상상력은 평범하지 않다. '목욕탕계의 대기업'이란 설정으로 만든 '금자탕'이나 상대방 등을 먼저 미는 사람이 승리하는 스포츠 '목욕투(鬪)', 상금 3억원이 걸린 최고 때밀이 대결 '목욕스타 M' 등 기발한 상상력과 B급 유머를 결합한다. 가슴 찡한 교훈까지 버무리면 '하일권식 일상툰'이 완성된다.

'스퍼맨' 역시 전작의 전철을 밟는다. 히어로물의 기본 문법을 따르면서 핑크빛 콘돔 재질의 '스퍼맨 수트'나 정자를 형상화한 이동 수단 '스퍼머신' 등 유머 코드를 끼워넣는다. "'건전한 성'에 대한 성찰"이라는 교훈도 있다. "김기두는 성(性)을 쾌락이 아닌 사랑으로 생각합니다. 남다른 정력을 이타적인 수단으로 사용하고요." 소재가 소재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고에 담았던 노출 컷 대부분이 잘려나간 것도 작가로서 아팠던 부분. 감성 만화를 기대했다가 실망한 팬도 많지만 독자들의 댓글을 보며 힘을 얻는다. "'이거 연재하려고 10년 동안 착한 만화만 그린 것 아니냐' 묻던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수퍼 히어로 만화 집필이 꿈이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죠."

'스퍼맨' 작업할 때 즐겨 찾는 인터넷 검색어를 물으니 얼굴 빨개지며 "비키니…"라고 답했다. "사람 몸 묘사하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이 없어요." '스퍼맨'은 46화로 연재가 끝난다. 10회 분량이 남았다. "댓글 중 열에 아홉이 '주인공이 첫 경험 못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더라고요. 기두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길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