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펑'… 돌아오지 못한 대기업 퇴직자 부부동반 휴가

13일 오후 10시 11분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 부근에서 20명가량이 타고 있던 관광버스가 화재로 전소(全燒)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4일 새벽 0시 30분 현재 탑승객 10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있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버스는 언양분기점 경주IC 방향 1㎞ 지점을 달리던 중 오른쪽 앞바퀴가 펑크나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불이 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불은 버스를 모두 태운 뒤 오후 11시 1분쯤 꺼졌다.

이 버스는 울산에 있는 태화관광 소속 관광버스로, 이날 오후 8시쯤 대구공항에서 관광객 21명을 태우고 울산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이 중 2명은 대구에서 내렸고, 화재 당시에는 기사를 포함해 20명이 타고 있었다고 관광버스 회사 측은 밝혔다. 부상자들은 서울산보람병원과 동강병원, 좋은삼정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이 난 버스 승객을 구조하던 시민 한 명도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를 처음 신고한 경남고속 버스운전 기사 정경식(45)씨는 "사고 차량이 내 차를 추월해서 편도 2차선으로 가다가 가드레일과 부딪쳤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도로가 버스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범벅이 되더니 순식간에 버스로 불이 붙었다"며 "버스가 불이 붙은 뒤 멈췄는데 승객 중 1명이 유리창을 깨고 나오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관광버스 승객들은 대부분 울산에 있는 한화케미칼을 퇴직한 직원과 가족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1979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동기들로 퇴직한 뒤 동호회를 만들어 자주 만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부부 동반으로 중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경찰은 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충격으로 일부 탑승객이 기절한 상태에서 불이 붙어 사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절하지 않은 승객들은 자력으로 버스를 탈출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불이 난 버스를 운전한 기사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