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軍 장교 가르치는 '한글 선생님'

"육군 준장이 대위보다 손도 더 자주 들어 질문할 정도로 한국어 수업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지난 1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만난 신동우(26)씨는 한국국제협력단(KOI CA·코이카) 소속으로 한국어 교육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지난 4월 이집트 군사언어학교에 파견됐다. 준장·중령(2명)·대위 등 이집트군 장교 4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그는 "계급·나이에 관계없이 다들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려 한다"고 했다.

신씨는 정부의 무상 원조 전담 기관인 코이카가 한국어 교사를 이집트에 파견해 '지한파(知韓派)' 장교를 육성하는 사실상 첫 '한글 선생님'이다. 코이카가 수년 전 이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쿠데타 발생 등 정국 혼란으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중단됐다. 그동안 이집트는 1973년 10월 이스라엘과 맞붙은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를 보내 지원한 북한을 혈맹으로 여기고 한국과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군 출신인 이집트는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군사 분야는 여전히 북한과 더 가까웠다.

신씨는 "이집트 정부의 전산화 작업을 지원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코이카 프로그램은 양국 관계를 더 밀접하게 할 것"이라며 "이집트 장교들이 한국어 수업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고 했다. "따로 과제를 내주지도 않았는데 인터넷에서 '태양의 후예'나 최신 드라마를 찾아보고 한국군에 대한 질문도 합니다. 전쟁을 치른 경험을 공유해서인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놀랐다고 한다. 신씨는 "수업 시간에 가급적이면 정치적 이슈는 거론하지 않았는데, 지난 9월 어느 날 장교들이 자기들끼리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불쑥 '북한 지도자(김정은)가 왜 이러는 거냐'고 물었다"며 "이집트 군에서도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꽤 퍼져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코이카와 주(駐)이집트 대사관은 올해 말 신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평가 시험을 치러 합격자를 서울국방대학원에 연수 보낼 계획이다. 신씨는 "시나이 반도 특수부대 등 이집트 주요 군부대 지휘관이나 참모 경력을 가진 이들이 한국과 이집트를 더 가깝게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