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다독여주는 '그림책 마을'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는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는 대둔산의 끝자락에 있다. 이곳엔 '지구별 그림책 마을'이라는 이색적인 복합 문화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가족과 함께 독서, 음악 감상, 숙박을 할 수 있는 도서관이 중심이다. 유교(儒敎)를 바탕으로 삼는 대안학교, 스트레스 치료 등을 위한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이 작은 마을의 '촌장'은 장길섭(61)씨다. '건강한 마음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학교와 책 읽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직접 땅을 마련하고 터를 닦아 이 커뮤니티를 조성했다고 한다. 그는 1991년 심리치료 수련원인 '삶의질 센터'를 설립했고, 대안학교(2001년)와 그림책 도서관(지난 7월 말 개관)을 차례로 세웠다. 전체 규모는 9만9000㎡(3만평)이다.

◇그림책 펼치면 세대(世代)가 하나로

25년 만에 꿈을 이룬 장길섭 촌장은 "책을 읽어야 무지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도서관에 큰 애착을 보였다. 그림책 도서관 건물(지하 1층~지상 3층)은 작년에 완공했지만 개관하기까지 1년이 더 걸렸다. '북스테이(Book stay)'를 하며 세대를 아울러 소통할 수 있는 책을 찾다 보니 문을 여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장 촌장은 그림책을 주된 소장 도서로 선택했다. 그는 "어른들은 동심의 세계로, 아이들은 환상의 세계로 빠지는 데에는 그림책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서관 1층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넉점반(네시반)'이라는 그림책방이 있다. '퐁당퐁당' '어린이날 노래' 등 동요의 노랫말을 쓴 윤석중(1911~2003년) 시인의 작품에서 이름을 따왔다. 책장에 그림책 120권이 진열된 이 방에선 바닥과 의자 어디서든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지난주 경기도 용인에서 그림책 도서관을 찾아온 송혜경(여·38)씨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 대화를 하면서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주고 유대감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열람실 외에 책을 살 수 있는 책방도 있다. 송미경 아트디렉터는 "개관한 지 석 달이 안됐지만 소문이 나서 주말에만 10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며 "그림책 500권을 더 소장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넓히고 문화 프로그램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2층엔 하루 숙박에 8만~12만원 정도인 북 스테이용 객실이 3개 있다. 정희섭(40·서울 자양동)씨는 "2박 3일간 쉬려고 딸아이를 데려왔는데 아이가 집에 안 간다고 할 만큼 좋아하더라"면서 "책을 읽다 쉬고 싶으면 산으로 밤을 주우러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생활·휴양을 한자리에서

도서관의 갤러리엔 그림책에 삽입된 그림의 원화와 복사 작품 17점이 전시돼 있다. 33㎡ 크기의 음악감상실(예약제) 방 한쪽 벽면엔 음향 장비가 가득하다.

도서관을 나오면 대둔산 자락을 배경으로 산책길이 나온다. 100m에 이르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길을 걷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미로(迷路) 정원을 지나 30m쯤 올라가면 '살림의 집(삶의질 향상센터)'이 나온다. 여기선 일상생활에서 얻는 스트레스를 명상과 상황극, 강의를 통해 치유한다. 그동안 약 1만400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마을 내부를 걷다 보면 곳곳에 한옥 건물이 눈에 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솟을삼문(가운데 문이 솟아 있는 세칸의 대문 형태)과 서유당, 조양서원 등이다. 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옮겨왔다.

이 마을엔 독특한 대안학교(미인가)도 있다. 유교적 도덕규범을 담은 소학(小學)이 교육의 바탕이다. 학생이 입학하면 일주일간 인사, 청소, 옷 개기 등 기본 생활수련을 거쳐야 한다. 이후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한 체력·심력(心力) 수업과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교과과정을 배울 수 있다.

장 촌장은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지력(智力)을 키우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해야 한다"면서 "지구별 그림책 마을을 건강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