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노벨문학상의 '과격한 선택'

지금까지 500곡이 넘는 노래를 만들었지만, 밥 딜런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쓴 책은 사실상 한 권입니다. 2004년 펴낸 자서전 'Chronicles'(연대기). 국내에는 이듬해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바로 그 책이죠.

오늘 Books는 밥 딜런을 보다 깊이 읽을 수 있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밥 딜런 애호가로 이름난 문학평론가 김동식 인하대 교수의 서평을 중심으로 모두 네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한대수의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스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숨비소리), 손광수의 '음유시인 밥 딜런'(한걸음더), 마이크 마퀴스의 '밥 딜런 평전'(실천문학사)입니다. 한대수의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은 단순히 이 음유시인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아니라, 스타가 된 후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을 가차없이 버렸던 '냉혹한 밥 딜런'에 대한 비판서이기도 합니다.

첫날은 축하가 대세였지만, 하루가 지난 뒤 차분하게 생각해 봅니다. 밥 딜런은 과연 문학일까.

한림원의 이번 '과격한 선택'은 예술의 정의와 문학상의 효용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청년 시절에는 가난한 음유시인이었지만, 밥 딜런은 2000년 이후에도 1400차례 이상 정력적인 공연을 펼친 억만장자 수퍼스타. 한림원의 설득처럼 그리스·로마시대의 호머와 현대 미국의 밥 딜런은 같은 무대에서 비교될 수 있는 것일까. 호머도 시인이고 밥 딜런도 시인이라면 음악과 문학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쉽게 잊히기보다 시끄럽더라도 기억되기를 소망하는 노벨문학상의 욕망은 아니었을까.

물론 정반대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활자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문학의 영토를 한 뼘 더 확장시키고 해방시킨 획기적 결정은 아닐까. 전쟁에 반대하고 인간의 본질과 참된 구원을 묻는다는 점에서, 밥 딜런과 문학의 목적은 다르지 않으니까.

어쩌면 자서전 제목처럼 '바람만이 아는 대답'일지도 모르죠. 당신의 판단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