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모 아이' 한국서도 곧 탄생합니다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가 세 명이 되는 이른바 '세 부모 아기' 연구가 국내에서도 시작된다. 슈크라트 미탈리포프(55)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는 지난 1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연구진과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 부모 체외수정 연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유전물질인 DNA는 대부분 세포핵에 있지만 에너지를 만드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도 0.1% 정도가 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에 걸린 아기는 근육 위축과 당뇨병, 신경 장애 등 다양한 병을 앓다가 일찍 죽는 경우가 많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세 부모 시술은 인공수정 과정에서 난자의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한 것으로 바꿔 아기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 부모 체외수정 과정은 이렇다. 먼저 여성 환자의 난자에서 세포핵만 꺼내 미리 핵을 제거한 건강한 난자에 집어넣는다. 이 난자를 환자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다. 결국 나중에 태어나는 아기는 세포핵 DNA는 부모에게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난자를 기증한 여성에게서 물려받는다. 현재 영국만 이 시술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허용 여부를 논의 중이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아기의 생명을 구하려는 부모는 결국 규제가 없는 나라에 가서라도 세 부모 체외수정 시술을 받으려 할 것"이라며 "법 규제 안에서 안전한 시술을 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가 허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허용하면 임신 기간까지 합쳐 바로 1년 안에 한국에서 세 부모 아기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탈리포프 교수가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가 난자의 핵을 교체하는 데 세계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태아의 피부세포를 세포핵이 제거된 난자에 융합시켜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 배아 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배아)에 있는 기본 세포로, 나중에 근육·심장·신경세포 등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란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복제 연구도 사실 난자의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모계(母系) 유전병을 치료하려고 난자의 핵을 바꾸는 연구를 하다가 먼저 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고 이어서 난자의 미토콘드리아를 바꾸는 세 부모 시술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많은 여성이 기증한 난자로는 배아 복제가 잘되지 않았던 것도 미토콘드리아 문제 때문이었다"며 "난자의 미토콘드리아를 교체하면 나이 든 여성의 불임(不妊)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러시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미국 유타대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유학을 갔다가 그대로 정착했다. 그는 "미국 과학계의 절반이 나처럼 이민자 출신일 정도로 과학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언어나 문화적 장벽이 덜했다"며 "우리 연구실에도 한국 출신 학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 연구도 그와 함께 연구하던 한국인 과학자 두 명이 최근 아산생명과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는 작년 한 언론이 보도한 황우석 박사와의 공동 연구에 대해서는 "어떤 연구도 같이하고 있지 않다"며 "중국 업체와 함께 황 박사를 만난 적이 있지만 그들은 동물 연구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