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코트 입은 이 여자… 올가을 패셔니스타

벨벳이 젊어졌다. 일상 생활에서 소화하기엔 지나치게 묵직하고 화려하게 느껴졌던 고급 원단 벨벳이 올가을 길거리로 파고들었다. 코트, 바지 정장, 슬립 드레스, 멜빵바지는 물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 스니커즈,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로 경쾌하고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짧고 고운 털이 촘촘히 돋아있는 벨벳은 고요하고 보드라운 것의 대명사처럼 통한다. 앤디 워홀과 데이비드 보위, 모딜리아니, 프리다 칼로 같은 숱한 예술가들이 우아하고 관능적인 벨벳을 사랑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유럽의 왕족과 귀족, 성직자를 장식했고 현대로 오면서 여배우의 기품 있는 드레스에 주로 쓰였다.

1990년대 클래식한 예복 치마 정장이나 모자로 잠시 유행하기도 했지만, 일반인이 소화하기엔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올가을 벨벳은 가볍고 발랄하게 재해석돼 캐주얼하고 트렌디한 소재로 떠올랐다. '블랙 벨벳'이란 콘셉트를 내건 조르지오 아르마니 2016 가을·겨울 컬렉션을 비롯해 벨벳이 여러 브랜드 런웨이를 장식하면서 해외 배우와 모델들이 입고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여름엔 한창 더운 날씨에도 배우 틸다 스윈턴, 모델 스텔라 맥스웰 등이 긴팔 벨벳 슈트와 원피스를 몸에 휘감고 등장했다.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9일 열린 tvN 10주년 시상식에선 이서진, 에릭, 하석진, 유해진, 전현무가 모두 벨벳 재킷을 입었다. 틀에 박힌 턱시도에서 벗어나 갑갑함을 덜어내면서도 따뜻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를 냈다. 이서진의 검은색 더블 브레스트 재킷, 하석진의 짙은 파란색 재킷과 흰색 목폴라·바지 차림은 일반 남성들이 일상 생활에서 시도하기에도 무리 없어 보였다.

올가을에는 명품 브랜드는 물론이고 국내 중저가 브랜드나 SPA 브랜드에서도 벨벳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미우미우는 크리스털로 화려하게 장식한 벨벳 핸드백과 하이힐, 스니커즈 등을 선보였다. 지컷은 벨벳 슈트와 블루종 점퍼, 럭키슈에뜨는 벨벳을 일부 덧댄 카디건과 티셔츠, 갭과 바나나리퍼블릭은 벨벳 소재 앵클부츠와 하이힐 등을 내놨다. 귀족적이고 우아한 소재에 트렌디한 디자인이 맞물려 독특한 분위기를 내고, 실생활에서 활용하기도 쉬워졌다. 검정, 카키, 보라색 같은 어두운 색감이 많지만 진분홍, 주황, 노랑 등 밝은 색 제품도 나와 있어 벨벳 특유의 묵직한 느낌을 줄일 수 있다.

벨벳을 입을 때는 다른 장식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벨벳 아이템 자체가 강렬한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벨벳은 색이 진하고 광택이 있기 때문에 장식 없는 단색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하다.

실크나 레이온처럼 얇고 하늘하늘한 소재, 데님이나 가죽처럼 딱딱한 소재와 벨벳을 매치하면 질감이 서로 대비되면서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진다. 그래도 여전히 부담스럽다면 가방이나 신발 같은 액세서리부터 먼저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