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부양 포도·산소팩 문어… 포장이 '갑'이다

지난 13일 오후 충북 영동군 용화면의 한 포도밭. 농민이 가위로 포도송이를 따 작업대 위에 올리자 다른 농민이 비닐봉지 중간에 포도송이를 넣고 사탕을 포장하듯 비닐 양쪽 끝을 말았다. 상자 양쪽에 파인 홈에 비닐 포장의 양쪽 끝을 끼우자 포도송이가 그물침대에 놓인 것처럼 허공에 매달렸다. 일명 '공중 부양' 포도 상자로 충북 영동군이 특허를 갖고 있는 포장법이다.

 

포도를 종이로 싼 뒤 상자에 담아 배달하는 일반 택배 방식으로는 배달 도중 충격으로 포도송이가 떨어지거나 으깨져 과즙이 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새 포장법을 이용하면 상자가 1m 높이에서 떨어져도 포도알이 거의 손상을 입지 않는다. 농민 김미숙(56)씨는 "일반 포장 방식에선 소비자 10명 중 7~8명이 '포도가 깨졌다'고 항의했지만, 포장법을 바꾼 뒤 항의가 사라지다시피 했다"고 했다.

공중 부양 포장을 하면 일반 상자 포장(약 2000원)을 할 때보다 2배 정도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G마켓 관계자는 "포장에 추가 비용이 발생해도 유통 구조가 단순한 산지 직배송 방식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 대형 마트에서 구매할 때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젖은 수건으로 감싼 생선회

 

더 싱싱하고, 더 싸고, 더 빠르게 살 수 있는 신선식품의 온라인 유통 혁명이 벌어지고 있다. '산지(産地) 당일 배송'처럼 배송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뿐 아니라 포장 기술 개선으로 식품 신선도가 유지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것과 품질 차이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이 최근 한 달간(9.17~10.16) 신선식품 판매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포도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64%, 계란은 76%, 사과 40%, 문어는 272% 상승했다. 옥션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신선식품도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데다 가격도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해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옥션에서 판매하는 광어회의 경우 일반 진공 포장 대신 젖은 수건으로 감싼 뒤 포장을 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순면 성분의 수건을 삶은 뒤 차갑게 식혀 회를 싸고 다시 비닐 랩으로 포장을 한다. 옥션 관계자는 "생선회를 일반 냉장 포장을 하면 수분이 빠져 횟감이 마르는 반면 '회수건'을 쓰면 습도와 온도가 일정해 최대 48시간까지 신선도가 유지된다"고 했다.

깨지기 쉬운 계란을 배송할 때는 두꺼운 스티로폼으로 만든 '에그 박스'를 많이 활용한다. 얇은 플라스틱이나 두꺼운 종이로 만든 계란판에 계란을 넣고 박스에 담으면 충격을 받았을 때 계란이 깨질 수 있다. 반면 스티로폼 박스 안에 계란 크기에 맞춰 홈을 파고 그 안에 계란을 담아 배송을 하면 충격에도 계란이 깨지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포장 기술 개발에 투자 늘려야"

11번가에선 커피 원두나 찻잎을 배송할 때 봉투에 작은 단추 모양의 구멍인 '아로마 밸브'를 장착한다. 커피 원두의 숙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봉투 안의 압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이 밸브를 통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반면 외부 공기가 내부로 주입되지 않아 향을 유지할 수 있다. 문어·전복 등을 산 채로 배송할 때는 산소팩이 쓰인다. 정제된 바닷물에 산소를 주입해 진공 포장을 하는 것이다.

문어의 경우 산소 주입으로 팩 속에서 24시간 넘게 살 수 있다. 전복은 다시마·미역을 먹이로 넣어주면 더 오래 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형 마트 대신 온라인 쇼핑을 통해 식자재까지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새로운 포장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