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의 컴버배치, 수퍼 영웅 세계에 마법을 걸다

시각적 쾌감의 측면에서 올해 가장 뛰어난 블록버스터가 될 것 같다. 25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하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마블 스튜디오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걸 극한까지 밀어붙여 '작품'을 만들어낸다. 최면을 거는 듯한 3D 스크린 한가운데로 관객을 던져 넣고 마구 흔들어대는데,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번 영화의 주재료는 허세 넘치지만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매트릭스'의 액션 안무, 마천루를 단숨에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던 '인셉션'의 CG 같은 할리우드의 기념비적인 성취들이다. 마블 코믹스의 우주적 상상력을 베틀 삼아, 맛깔나게 재료를 짜넣으면, 현란한 무늬의 새로운 태피스트리가 완성된다. 익숙한 몸 개그와 유머는 비행을 돕도록 그 위에 뿌려진 마법의 금가루. 115분간 관객은 이 마법의 양탄자 위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뉴욕의 잘나가는 신경외과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수술도 명성에 도움될 것만 골라 맡는 이기적이고 오만한 인물이다. 교통사고로 양손을 못 쓰게 된 뒤 치료법을 구하러 네팔까지 찾아간다. 그곳 신비의 수도원에서 만난 고대 마법의 마스터 '에인션트 원(Ancient One·틸다 스윈턴)'은 '매트릭스'에서 모피우스가 네오에게 했듯이 스트레인지를 쪼고 다듬어 절대 악의 공격으로부터 세상을 지킬 존재로 성장시킨다. 이제 마지막 싸움이 남았다.

마블의 특기는 많이 듣던 가락을 연주하되 전혀 새로운 노래로 들리게 하는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마법사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 자체를 무기로 사용해 펴고 접고 키우고 줄이고 비틀어대며 상대를 죽음의 패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수퍼 영웅들이 힘을 합쳐 외계인들의 뉴욕 침공에 맞섰던 '어벤져스' 1편 이후 가장 창의적인 전투 장면이라 할 만하다.

영웅담의 한계인 뻔한 플롯, 깊이 없는 악당 캐릭터 등 마블 영화의 단점은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진짜 마법은 캐릭터와 스토리의 구멍을 너끈히 메우는 놀라운 배우들이다. 영국 드라마 '셜록' 주연 컴버배치가 닥터 스트레인지이고 '설국열차'로 국내에도 익숙한 스윈턴이 마법 마스터라면, 모든 게 설득력 있어 보인다. "죽음은 우리 존재에 대한 모욕이야" 같은 오그라드는 대사를 읊는 악당이라도, 그게 '007 카지노 로얄' 악역으로 불꽃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마스 미켈센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다.

마블의 14번째 작품이자 새로 장사를 시작하는 캐릭터 닥터 스트레인지의 등장을 알리는 첫 편. 올해 한국에서 마블 영화 중 최고 성적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868만명을 넘어서는 열광을 끌어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12세 관람가.